마음 비움
잠시 시간을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는 것.
하루 중 명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명상을 떠올리면 편안한 옷차림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눈을 감은 채 마음 수련 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이렇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나에게 있기는 할까. 아침에 눈을 떠 쌀을 씻으며 포트에 물을 끓인다. 아무 생각 없이 지금을 즐기려 하는데 불쑥 아침은 무엇을 차릴지 고민이 떠오른다. 고민을 지우고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며 식탁에 앉는다. 글을 쓰기 위해. 한참 영감을 받을 때쯤 따뜻한 물 한잔이 보내는 신호로 고민에 빠진다. 참을까 갈까. 매일 잠들기 전 하는 스쿼트 덕분에 아침마다 화장실에 가고 있다. 쏙 들어간 뱃살이 기분 좋아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자리에 앉는다. 몇 자 적지 못했는데 벌써 여섯 시. 겨우 쓴 한 단락에 만족하며 아침을 차린다.
며칠 째 되풀이 되고 있는 나의 일상이다.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던 아침이 달라지고 있다. 글감에 연연하고 매달린다고 좋은 글이 써지지 않는다. 편한 마음으로 주변을 들여다보니 글감이 곳곳에 열려있다. 글감 찾던 시선을 거두니 일상이 너그럽게 다가온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만큼 가족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지인과 단둘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각자의 마음을 비우기 위해 시작한 독서모임.『미움받을 용기』와 『세이노의 가르침』두 권을 번갈아 읽는다. 2주에 한 번 만나 책에서 나를 만난 이야기를 나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시간을 보낸 후 무엇을 했는지 적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습이 보였다. 계획에 맞게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게 매일 비우는 습관이 들고 있다. 무엇을 하겠다는 의도보다 깊이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 독서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깨달음 속에 『미움받을 용기』를 한 번이 아닌 두 번, 세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명상이란 무엇일까. 하루 중 잠시 시간을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는 것. 독서 모임을 시작하고 시간을 멈추는 나를 발견했다. 출근길 창문을 통해 먼 산을 바라보는, 버스에 오른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는, 회사에서 잠시 복식호흡을 하며 쉬어가는 것. 작은 변화로, 나는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