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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를 스트리밍하는 시대,
쏘카의 미래를 내다보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5기 홍정연


초등학생 시절, 미래 과학 그림 그리기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가? 매년 진행되었던 행사에서, 누구는 우주로 체험학습을 가는 모습을, 누구는 운전 없이 움직이는 자동차를 그려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필자는 다음 글을 읽는 잠깐의 시간동안, 그때로 돌아가 미래를 마음껏 상상하고 그려보는 경험을 제공해보고자 한다. 오늘 글에서, 약 10년 전 카셰어링이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이후 꾸준히 미래를 상상하고 실현시켜나가고 있는 쏘카의 이야기를 빌어, 함께 미래의 이동수단에 대해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자.


쏘카의 과거와 지금 | 제주도의 렌터카 사업에서, 현재의 국내 1위 카셰어링 기업으로


쏘카는 제주도의 렌터카 사업에서 고객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서비스로, 현재 회원 1000만 명을 보유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존 렌터카의 최소 2일 대여 조건과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쏘카는 30분 단위 대여와 24시간 무인 대여·반납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러한 혁신은 제주도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수도권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2012년 초기에는 3000명의 유저와 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쏘카는, 현재 117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초기 렌터카 사업의 틀을 넘어, 2030 세대의 니즈를 겨냥한 카셰어링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전략이 있었다. 면허 보유율은 높지만 자가용 구매율이 낮은 2030 세대는 운전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금전적 여유가 부족했다. 쏘카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도입해, 당시 활성화되던 국내 카셰어링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쏘카와 함께 시장에 등장한 그린카(현 G카)는 5개월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며 초기에는 비슷한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2014년 이후 롯데렌터카 계열사로 편입되며 B2B 타겟으로 전환했다. 반면, 쏘카는 개인 이용자 중심의 시장을 공략하며 차별화를 이루었다. 2023년 7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쏘카가 81만 명, G카가 28만 명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으며, 쏘카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에서 독점적인 1위 체제를 구축했다. ([그림 1] 참고)


쏘카의 초기 성공은 제주도 렌터카 시장에서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 혁신적인 서비스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2030 세대의 운전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한 전략이 현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림 1] 출처: <한국 차량공유사업의 성공요인 사례분석> (김지예, 한인구) 내용 재구성



쏘카의 위기상황 | 1위 기업 쏘카,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하다


쏘카는 지난 15년 동안 서비스 지역과 운영 차량 대수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현재 국내 시장의 낮은 준비도로 인해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 가능성 또한 쏘카에게 중요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쏘카가 직면한 시장 준비도의 한계를 살펴보자. 현재 쏘카가 진입해 있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은, 소비자의 인식과 규제 차원에서 추가적인 확장과 성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첫 번째로, 소비자 인식의 한계가 문제로 지적된다. 2023년 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64.8%가 "내 명의의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고 가장 높은 비율로 응답했으며, 30대(58.8%), 40대(54.4%), 50대(46.0%) 순으로 그 뒤를 따랐다. 또한, 2024 딜로이트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서는 ([그림2 참고]) 차량 구매를 포기하거나 차량 구독을 선호하는 비율이 한국에서 28%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쏘카가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중 약 1/3을 이용자로 확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자차 구매의 대안보다는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차량 공유 경제의 효용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상황은, 쏘카의 시장 확장에 있어 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림 2] 출처: 2024 딜로이트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Deloitte Insights)


두 번째로, 규제의 한계도 문제로 작용한다. 국내 규제는 개인 소유 차량을 활용한 P2P(Person to Person) 서비스 구현을 제한하고 있어, 카셰어링 플랫폼의 확장이 어렵다. 현재 쏘카는 기업이 공유용 차량을 모두 소유·관리해야 하는 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이는 차량 구매와 유지 관리 비용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반면, 미국의 Turo와 같은 P2P 카셰어링 모델은 개인 차량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쏘카의 현 구조와 상반되는, 비용 효율적인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사업 형태의 운영에 제한이 발생한다는 지점에서 안정적인 비용 구조를 통한 수익 확보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쏘카가 대응해야 하는 이슈는 비단 위의 2가지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모빌리티 시장 내에서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그리고 커넥티드 카의 도입으로 인해 MaaS (Mobility as a Service)의 형태로 모빌리티의 소비 및 이용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맥킨지 컨설팅에서 자동차 발명 이후 모빌리티 산업에서 보지 못했던 규모의 변화라고 명명한, 이 변동을 조금 더 자세히 보자면 아래와 같다. 


모빌리티 산업은 AI와 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크게 세 가지 방향성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먼저, 자율 주행 및 커넥티드카가 본격적으로 도입, 보편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즉, 더 이상 운전자가 필요로 하지 않으며, 도로 위의 차량들은 개개인의 전자기기와의 연결, 그리고 차량 간의 연결 기능이 탑재될 것임을 의미한다. 실제 맥킨지(Mckinsey)는 현재 전 세계 신차의 약 50%에 커넥티드 기능이 탑재되고 있으며, 2030년에는 95%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를 포함한 차량의 전동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가 자리잡은 이후 최종적으로, 우리가 모빌리티를 소비하고 이용하는 방식이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서비스로서 공유하게 될 것(Mobility as a Service)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비단 차량이 아니라 모든 이동수단에게 해당 되어, 이동 수단 간의 연결성과 편리함을 핵심으로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미국의 자동차 강자인 포드, 제너럴모터스는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할 만큼, 이러한 변화는 성큼 우리의 눈 앞으로 다가온 상태이다.


그렇기에, 쏘카는 현존하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 내의 한계를 돌파하고, 더 나아가 미래의 MaaS로의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직면한 것이다. 실제로 쏘카는 "개인화된 이동경험을 앞선 기술로 구현해 내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플랫폼"이란 무엇이고, 이들은 이 비전 아래에서, 당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쏘카의 미래 비전 | 모빌리티를 스트리밍하는 시대를 꿈꾸다


쏘카가 변화해나가는 모빌리티 시장 속에서 제시하는 “모빌리티 스트리밍 플랫폼”은,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과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을 연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음원 시장에서 해당 서비스들의 등장은, 개개인이 음원을 구매 및 소장하던 시기에서 스트리밍하는 시기로의 변화를 가지고 왔다. 쏘카는 차량 역시 더 이상 구매 및 소유의 개념이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때 카셰어링에서 나아가 다양한 이동수단 간의 연결성과 편리성을 보장하고자 한다.


쏘카가 이야기하는 "모빌리티 스트리밍 플랫폼"의 최종 단계는 자율주행 택시를 앱을 통해 호출하여 나의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의 이동을 환승도, 도보 이동도 없이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카셰어링이 자차의 완전한 대안이 됨과 동시에, 자율주행이 가능한 도로정책과 시스템이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즉, 기업의 역량만큼 시장 준비도가 비전 실현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쏘카가 미래 모빌리티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나아감에 있어서 카셰어링 플랫폼으로 그러하고 있듯이, 국내 시장의 낮은 시장 준비도에 가로막힐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쏘카의 장기 생존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한다.



쏘카의 미래 전략 | 모빌리티, 진짜 스트리밍할 수 있을까?


필자는 쏘카가 직면한 국내 시장의 낮은 시장 준비도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비교적 시장 준비도가 높고 모빌리티 혁신이 빠르게 진행 중인 국가들로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을 제안한다.


현재 쏘카가 국내에서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을 준비하며 성장하려 한다면, 여러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새로운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R&D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국내 시장은 낮은 소비자 인식과 규제로 인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소비자 인식과 규제와 같은 시장 준비도의 문제는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P2P 카셰어링 관련 규제가 자유롭고, 카셰어링을 자차의 대안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은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은 쏘카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R&D를 진행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2018년 쏘카와 SK가 말레이시아에 설립한 "쏘카 말레이시아"는 이러한 전략의 유효성을 증명한 사례다. 말레이시아는 P2P 카셰어링 규제가 없고, 2024 딜로이트 글로벌 자동차 조사에 의거, 소비자들이 카셰어링을 자차의 대안으로 선호하는 국가로 (상단의 [그림 2] 참고), 쏘카 말레이시아는 2023년 상반기 기준 회원 수 190만 명, 시장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말레이시아 1위 차량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시장까지 진출하며 성공적인 확장을 이루었다. 비록 이후 SK에 지분을 매각하며 경영권을 넘겼지만, 이는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이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충분하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구현을 서두르는 국가에서 쏘카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선제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시장에서 기술적·운영적 경험을 축적하고, 이후 한국 시장이 준비되었을 때 빠르게 플랫폼을 도입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일본 시장이 있다. 일본은 소비자 인식과 P2P 카셰어링 규제 측면에서 시장 준비도가 높다. 2024 딜로이트 글로벌 자동차 조사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들의 차량 구독 선호도는 34%로 높게 나타났으며, P2P 카셰어링 관련 규제도 자유롭다. 또한,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라이드셰어링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 변화는 일본을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구현에 적합한 시장으로 만든다.


다만, 일본 시장에는 타임즈 카쉐어링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해당 기업은 기존 주차장 사업을 기반으로 2018년 기준 차량 17,000대를 보유하며 2위 기업(2,900대)을 압도하는 점유율을 자랑한다. 그러나 타임즈 카쉐어링은 지정된 주차장에서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에 반해, 쏘카는 기존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한 편도 서비스와 부름 서비스(Free-Floating 방식)를 일본 시장에 도입하여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지정된 주차장 없이 원하는 장소에서 차량을 픽업하고 반납할 수 있는 형태로, 특히 대중교통이 불편한 일본 근교 및 지방 지역에서 큰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시장 진출은 쏘카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해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에 필요한 R&D 자본을 마련하고, 국내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일본 모빌리티 시장에서 플랫폼 구현 및 운영 경험을 축적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쏘카는 한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AI와 기술 혁신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는 모빌리티 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이동수단과 관련된 모든 산업을 통합하는 거대한 플랫폼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른바 ‘모빌리티 빅뱅’의 시대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혁신과 도전을 요구한다.

쏘카는 지난 15년 동안 소비자의 니즈를 읽고, 시장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하며, 카셰어링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비록 지금은 국내 시장의 한계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라는 이중적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쏘카는 이러한 도전을 기회로 삼아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도 선두주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도로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손쉽게 호출하고, 모빌리티 플랫폼 하나로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모든 이동수단을 “스트리밍”하는 이동하는 세상이 온다면, 그 중심에 쏘카가 있으리라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


연세대 언더우드 경제학과 홍정연

hongjungyeon03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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