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시설이 괜찮으면 그냥 해보자고 했다. 운영은 내가 해야 하고, 계약도 내 명의인데… 세 아이 돌보기도 벅찬데,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그땐 정말 몰랐다. 그 결정이 내 삶을 어디까지 바꿔놓을지.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 봄날, 나는 모든 두려움을 품은 채 계약서에 도 장을 찍었다. 그 순간, 어두운 터널 끝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켜지는 듯했다. 확신은 없었지만, 분명히 설렘은 있었다. 엄마도, 주부도 아닌 ‘대표’라는 이름으로 나를 다시 정의한 그날. 과연 이 망한 스터디 카페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이 멈춰버린 공간에 다시 숨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내향인 엄마는 어떻게 대표가 되었을까 중에서_빛날애
“시설이 괜찮으면 그냥 한번 해보자.”
남편의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운영도 내 몫, 계약도 내 명의. 세 아이 돌보기에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일상인데 내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그땐 미처 몰랐다. 그 떨리는 결정이 내 삶을 어디까지 데려다 놓을지. 벚꽃 잎이 분분히 흩날리던 어느 봄날, 나는 모든 두려움을 품은 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 순간, 어두운 터널 끝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일렁이는 듯했다. 확신은 없었지만, 분명 설렘은 있었다. 엄마도, 주부도 아닌 ‘대표’라는 이름으로 나를 다시 정의하던 날. 과연 이 망해버린 스터디 카페에 다시 숨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내향적인 엄마의 무모한 도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임대차 계약서 작성조차 어설퍼 실수투성이였던 초보 임차인으로 시작해, 어느덧 수년 차 대표가 되었다. 다음 챕터를 향해 정신없이 달리느라 재계약 날짜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있던 오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임대인에게서 온 문자 한 통.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혹시 변수가 생기면 어쩌지?'
조심스레 재연장 의사를 밝히고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고요하고도 무거웠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임대료 5%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 여기며 마음을 졸이던 그때, 다시 도착한 문자를 확인한 순간 나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문자에는 임차인의 상황을 세심히 살피는 배려와 함께,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울컥 고마움이 차올랐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사업장을 오갈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던 직원분들과 늘 넉넉한 마음으로 곁을 지켜주어 내가 마음 편히 운영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 준 임대인. 그분들의 온기는 단순히 금전적 가치를 넘어, 내 가슴속에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지금 나는 새로운 챕터로 건너가기 위해 남편과 또 한 번의 모험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고시원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다음으로 건너가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음 장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릴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우리는 그저 믿음을 가지고 한 발짝 나아갈 뿐.
치열했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스터디 카페, 고시원 사업을 하며 배운 것은 화려한 매출 그래프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받은 배려가 내 사업장의 숨통을 틔워주었듯,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숨구멍이 되어주고 싶다.
나의 마지막 챕터는 명확하다. 단순히 건물을 소유한 이가 아니라, 누군가의 도전을 묵묵히 응원하며 기꺼이 볕을 내어주는 '착한 임대인'이 되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다짐한다.
혼자만 잘 되는 사람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고. 어떤 순간에도 타인을 향한 다정함은 잃지 말자고. 그 다정함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될 수 있음을, 이제는 내가 증명해 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