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가난한 자의 구분
옛 시대의 부자들은 고래 등 같은 큰 집을 소유했고, 곡간에는 사계절 넉넉히 먹을 식량이 가득 쌓여 있었으며 온갖 세간이 풍부했다. 비단 옷에 금가락지를 끼고 하인을 부리며 살았다. 누가 보아도 부자인지 아닌지는 금세 표시가 났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겉으로만 보아서는 누가 부자이고 가난한지 좀처럼 알기가 어렵다.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여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질 좋은 물건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풍요를 누리고 사는 시대에 존재함은 어쩌면 복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여도 물건을 즉시 구입할 수 있으며, 초고속 배송서비스로 저녁에 주문한 물건이 아침이면 문 앞에 와 있기도 하다. 집 가까운 거리에 마트와 24시간 편의점, 음식점이 넘친다. 편리하고 손쉽게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집에 많은 물건과 먹을 것들을 잔뜩 쟁여두고 산다. 대형 양문 냉장고가 미어터지게 장을 보고, 베란다에 더 이상 쌓을 곳이 없도록 쇼핑을 한다.
이렇게 많은 물건을 쌓고 먹을 것을 비축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지금의 세대는 전쟁을 염려하지 않는다. 전쟁을 대비해 식량과 물품을 비축한다고 하면 오히려 빈축을 살 일이다. 그러면 무엇일까? 물건이나 식품이 떨어졌을 때 다시 사러가기가 귀찮아서인가? 일부는 동의 할 수 있는 말이다. 소량을 샀는데 얼마안가 다시 사려고 하면 귀찮기도 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세일을 하는데 지금 안사면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남은 다 가졌는데 없으면 가난해 보인다, 그 물건이 없으면 일을 못할 거야.’라는 생각들에 매인 두려움이다. 이런 ‘맞닥뜨리지도 않은 두려움’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생각을 움츠리게 만들어 더 크고 넓은 시야를 갖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어야만 안심이 되고, 물건에 둘러싸여 있어야 마음이 편안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결핍이 주는 불편함과 괴로움을 경험했던 사람들 중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쟁과 가난했던 시대를 지나온 이들은 뭐든 버리면 안 되었고,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쓸 만한 것을 버린다거나, 음식을 남기는 행위를 무척 죄악시했다. 그러다 세상이 발전해서 물건이 집에 넘쳐나게 되었어도, 이들은 도무지 물건을 집밖으로 내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집안 구석구석 물건이 박히고 쌓여서 점점 창고가 돼가고 있다. 이들은 무엇이든 아끼고 버리지 말아야 하며 모아야 잘 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정말 부자가 되는 것일까? 지금의 세상은 소유가 많다고 부자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좋은 물건과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집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어도 대출을 받아서 넓고 큰 집을 장만하기도 한다. 속으로는 허리가 휘고 대출금을 갚느라 전전긍긍해도 겉보기에는 부자처럼 보인다. 이처럼 누가 부자이고 가나한지 보통의 사람들 가운데는 눈으로 봐서는 잘 알 수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쌓아두고 사는 데서 만족을 누리고 부자행세를 하는 것은 별 소득이 없는 짓이다.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을 만들 때 부자의 집은 단순하게 만든다. 소파나 가구 몇 가지를 단출하면서 깔끔하게 꾸민다. 그러나 가난한 집 연출에는 온갖 잡동사니를 구석구석 쑤셔 넣고 잡다한 물건을 여기저기 들여놓는다.
이러한 예만 보아도 물건이 많다는 것은 결코 부자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실에서도 가난한 집은 복잡한데다 물건이 곳곳에 쌓여있고 먼지도 함께 덮여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물건이 쌓여 있기도 하다. 빈 박스하나도 대문 앞에 쌓아두고 버리지 못한다. 가난한 이들은 뭔가에 집착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크다. 애정이 결핍되면 사랑을 갈구하고, 지식이 부족하면 배움과 학문을 탐하듯, 물질의 결핍 또한 물리적인 소유물을 탐하게 한다.
비우면 부유해 진다
부와 가난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보이는 부분뿐 아니라 주관적인 생각, 타인과의 비교의식에 의해 상당부분 좌우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부자가 되면 소유에 대한 욕망이 끝이 날까? 부자가 되어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좋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면 더 좋은 외제차를, 고급아파트를, 빌딩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부에 대한 갈망은 한이 없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현재의 자리에서 비울 때 부유해진다고 나는 자신한다. 비울 때는 쓸 만한 좋은 물건을 버리니 낭비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남은 다 가지고 있는데 없으면 가난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건이 없으면 허탈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비워보지 않은 이들이 생각만으로 하는 발상일 뿐이다.
물건을 소유한 이들이 계산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물건에 대한 관리비용’ 이다. 물건에는 반드시 보관과 수리비용 같은 물리적 비용이 들어가고, 가치가 떨어졌을 때 버릴까 말까, 누구에게 줄까, 아까워서 어쩌나 하는 심리적 비용이 든다.
물건을 버리면 초기의 구입비용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는 있어도, 버림으로써 이후 모든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버리는 물건이 한두 개라면 감이 안 오겠지만, 집안의 물건 70~80%를 비우게 되면 비용절감의 효과는 실감이 난다. 거기다 공간이 비워져서 집안이 넓어지면, 큰 집에 살았던 이들은 적절한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어 집세 부담을 확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이들은 작은 집으로 이사를 많이 하는 추세다. 그리고 더 이상 불필요한 물건들을 들이지 않으므로 생활이 안정되고 통장잔고가 쌓인다. 적게 벌어도 생활에 구멍이 나지 않고 많이 벌면 그만큼 남는 게 많다.
벌어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늘 모자라는 생활, 채워지지 않는 물욕,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걸 안다면 더 이상 채우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오히려 비워내면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돈 많은 부자만 부자이겠는가? 아무리 부자라도 마음이 편치 않고 행복하지 않다면, 많은 돈이 그에게 과연 유익이 되겠는가?
성경 ‘전도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다윗왕의 아들 솔로몬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왕이었고, 평생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다. 자신이 가진 부를 이용해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았으며 갖고 싶은 것을 다 소유해 보았으나 ‘인생의 결국은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부자나 가난한 자, 지혜로운 자나 무지한 자, 그 마지막은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는 일 가운데 낙을 누리는 것.’ 즉 ‘즐겁게 사는 것.’이 신이 준 그의 분복이라고 했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우며 누릴 것을 다 누려보았고, 가장 큰 부를 축적했던 이가 한 말이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부자여도 마음이 즐겁지 못하고 괴로운 일이 많다면, 가난해도 마음 편하게 사는 사람보다 못한 인생일 것이다.
소유를 비우면 물질적인 부분에서도 돈이 채워지지만 시간에 있어서도 부자가 된다. 소유의 관리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니 당연히 시간은 여유롭다. ‘시간이 돈’ 이라 했던가? 시간을 번다는 것은 돈을 버는 일과도 같다. 지금은 ‘일을 덜 하고 돈을 덜 벌어도 시간여유가 있는 직장에 다니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직장과 일터에 시간을 빼앗겨 자신의 인생을 누리며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이는 돈만 돈이 아니다. 시간을 벌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면 훨씬 더 생산적인 결과를 내어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유익을 얻을 것이다.
타인이 나를 부자로 인정하든 안하든 뭐가 그리 대수로운가? 돈과 소유가 많다고 부자는 아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면 부자보다 나을 것이다.
부자가 되어도 더 많은 욕심을 부리는 게 사람이다. 채워질 수 없는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자.
돈보다 더 소중한 시간을 소유하고 인생을 여유롭게 살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낙을 누리며 살자. 짧든 길든 인생의 결국을 안다면, 행복한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가장 부러운 삶이 아니겠는가?
인생을 여유롭고 쉽게, 효율적으로 살게 하는 미니멀 라이프!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 Part 2. 주변을 정리하면 인생도 정리된다 중 1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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