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내가 일하는 한국 음식점.
신오쿠보에서도 한국음식을 가끔 먹어봤지만, 다카다노바바에 있는 이곳은 참 안정되고 안심되는 한국음식맛이다.
일하는 사람에게도 메뉴중에 닭요리(치킨,삼계탕)빼고는 원하는 것을 무료로 식사 제공해주는데 꽤기분이 좋다. 알바하는 날이면 무엇을 맛있게 먹을까 즐거운 고민으로 머리를 쓰게된다.
내가 이 가게에서 일하면서 느끼는건 이 가게 음식이 맛있는게 그만큼의 공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릇만 봐도 무거운 돌솥, 크고 작은 뚝배기, 철판.사기그릇. (설겆이하다 팔에 근육생길판) 냉면에는 얼음동동 띄워서 제대로 뜨겁게, 차갑게 먹도록 한다. 들어가는 재료도 꽤 풍성하고 양도 넉넉한 편이다.
정식에는 반찬도 세 종류, 맛있는 국과 채소 샐러드까지 한 쟁반 가~득채워 알록달록 푸짐하게 내어진 식사를 보는 순간 와 ~하는 기분이 든다.
최근 고물가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좀 인상을 했지만 여전히 인기는 많다. 퀄리티면에서 볼때 다른가게보다 가성비가 짱이다.
내가 이곳에서 일한지 5.6 개월쯤 되는데, 다른 일본가게와 비교했을때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이 가게의 특징)
역시 한국 사람들은 빠르다는것, 일하는게 매운맛이 있다(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아니 어쩌면 정해진 시간에 손님이 몰려드는 요식업을 하면 성격이 급해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친근함이 있고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한다. 한마디로 친하다. (가끔은 피곤할때도 있지만 대체로 즐겁다) 그러면서도 바쁠때는 미친듯이 빡세게 일한다. 주문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단체손님까지오면 주방에 불이나듯 바쁘고 힘들지만 그래도 모두 함께 어우러져 한팀으로 일을 해내는 쾌감도 있다 .
여기서 또하나 느낀 재밌는점은 손님들의 요구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다.
- 비빔밥에 고기는 빼주세요.
-밥을 적게(혹은 많이)주세요.
-비빔밥에 당근은 빼주세요
-어떤 메뉴는 조금 천천히 주세요
-순두부에 부추하고 파는 빼주세요
-덜 맵게 (혹은 맵게) 해주세요.
-지지미에 부추는 빼주세요.
기억나는게 이 정도인데 분명 더 있다.
한창 불이 난 듯이 바쁠때 이런 저런 요구를 자칫 잘챙기지 않으면 한번 더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될수있기 때문에 바짝 신경이 써야 한다.
내가 점장에게 물었다
"어휴 여기는 왜 이리 손님들의 요구가 다양해요? 다른 일본가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인데. . "
점장이 웃으며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그래요~. 그리고 단골이라서 자주 오다 보니까 가능하면 최대한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 해요. "
"지금은 리모트로 집에서 일하기도 하고 가격도 인상되서 좀 줄었는데 예전에는 80퍼센트 이상이 단골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돌솔비빔밥에 고기를 빼고 먹는 손님은 일주일에 4,5번 온다. 내가 가는 날은 언제나 오는것 같다. 이 손님은 언제나 바쁜 시간을 좀 넘겨서
오기 때문에 이 손님이 오면 점장님은 "이제 슬슬 끝날때가 됐네 " 라고 말한다.
단골 손님이 많다 보니 점장님도 알아서 손님들을 챙긴다.
- 저 아주머니는 항상 잘 흘리면서 먹으니깐 메뉴에 상관없이 앞치마 갖다줘.
- 저 손님 사래들려서 계속 기침하니깐 차 좀 리필해줘
-이 손님은 밥 조금만 줘
- 이 손님은 음료를 꼭 식사후에 갖다줘.
- 이 손님은 고기 안먹으니깐 고기없는 반찬으로 바꿔주세요
기억이 다 안 나지만 손님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하고 있다.
그런 세심한 마음들이 전해지니까 또 손님들도 편하게 요구하는게 아닐까.
사람의 정과 마음이 음식에 담겨 주고 받고 하는 것이다.
그 점장에 그 손님, 파는 사람과 먹는 사람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