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이 많아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팀장님 가라사대~~~

by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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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늘어난 건 ‘말재주’가 아니라 ‘정렬 비용’의 신호이다


팀장이 된 뒤, 유난히 말을 많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다.

회의에서도, 메신저에서도, 보고 자리에서도 계속 설명하고 정리하고 확인한다.


“이건 이렇게 이해하면 되고”,

“내 말은 그 뜻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정리하면”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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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이 늘어날수록

일은 또렷해지기보다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팀원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상사는 여전히 결론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 상황에서 많은 팀장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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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명을 덜 했나,

말이 너무 추상적이었나,

논리가 부족했나.

그래서 다음에는 더 자세히 말한다.


배경을 붙이고,

의도를 제시하고,

맥락을 보충한다.


하지만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지점에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팀장은 점점 말만 많은 사람이 된다.

문제는 말의 양이나 표현력이 아니다.

팀장이 된 이후, 말이 놓인 조건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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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 시절의 말은 ‘의견’이었고, 팀장 이후의 말은 ‘신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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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이었을 때의 말은 주로 의견이었다.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이런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 걱정됩니다.”

이와 같은 말은 의사결정의 참고 제안에 가까웠다.


그 말이 채택될지 말지는 팀장이나 상사의 판단에 달려 있었다.

말의 책임은 말한 사람보다 판단한 사람에게 있었다.


하지만 팀장이 된 이후의 말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팀장의 말은

기준으로 해석되고,

방향으로 받아들여지며,

때로는 판단으로 인식된다.


같은 문장이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팀원이 “이 일정이 빠듯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팀장이 같은 말을 하면 일정 재조정의 신호로 해석된다.


현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장면이 있다.


팀장이 회의에서

“이건 한번 더 생각해 보죠.”라고 말했을 뿐인데,

회의가 끝난 뒤 팀원들은 각자 해석을 붙인다.


“아직 하지 말라는 뜻인가”,

“방향이 바뀐 건가”,

“다른 방안을 가져오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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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생각해볼 시간을 갖자는 것 뿐인데,

팀원들에게는 이미 지시로 작동한다.

핵심은 ‘누가 말했는가’가 아니라

‘그 말이 조직에서 어떤 신호로 읽히는가’이다.


말이 많아질수록 일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팀장의 자리는 말을 줄이기 어려운 자리다.

위로는 상황을 설명해야 하고,

아래로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옆으로는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말을 하게 된다.


회의가 끝나면 메신저로 보충 설명을 하고,

보고 자료를 보낸 뒤에는 다시 전화로 맥락을 덧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팀장의 말에는 여러 기능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 문장 안에 ‘의미·기준·결정·요청’이 혼재되기 쉽다.


이 기능들이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만 늘어나면,

말은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혼란을 증폭시키는 매개가 된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팀원들이 일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상사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인가,

리스크 보고인가,

아니면 단순한 공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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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공유의 의미로 말했지만,

상사는 판단을 요구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 간극이 반복되면 팀장은 “말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감각을 갖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말을 더 조리 있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이 말이 지금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는지를 먼저 구분해 보는 관점이다.


팀장의 말은 ‘표현’이 아니라 ‘역할’이다


많은 리더십 담론은 말의 표현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톤을 낮춰라,

긍정적으로 말하라,

공감의 언어를 사용하라.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팀장이 된 이후 말이 유독 어려워진 이유는 표현 이전에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팀장의 말은 더 이상 개인의 감정 표현이 아니다.

팀장의 말은

일을 움직이고,

판단을 촉발하며,

관계의 방향을 만든다.


같은 말이라도 팀장이 하면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라는 질문을 동반한다.

즉, 팀장의 말은 결과를 전제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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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의 역할이 바뀌면,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부터 달라진다.”
존 듀이(John Dewey)


이 문장이 현장에서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역할이 바뀌는 순간, 말은 ‘의도’가 아니라 ‘역할 신호’로 읽힌다.


그래서 팀장이 팀원의 실수를 지적하며

“다음부터는 조금 더 신경 써주세요.”라고 말하면,

팀장은 ‘주의 환기’의 의미였더라도

팀원은 평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팀장의 말은 언제나 의미가 확대 해석될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팀장이 된다는 것은

SSM- 즉,

의미를 정하고(Sense),

실행 형태를 정하고(Structure),

다음 행동을 이어가게 하는(Momentum) 권한이 함께 주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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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은 ‘좋은 말’이기 전에 ‘작동하는 말’이어야 한다.


역할 포지션이 바뀌면 말의 해석 방식이 바뀐다


이 현상은 조직행동론에서 말하는 ‘역할 이론(Role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역할 이론은 조직 구성원의 행동과 언어가 개인의 성향보다,

그 사람이 맡고 있는 역할에 부여된 기대에 의해 더 크게 규정된다는 관점이다.

즉, 팀장 말은 개인의 말이 아니라 ‘조직이 요구하는 내용’으로 해석되기 쉽다.


이 관점에서 보면 팀장의 말이 무거워진 것은 말투가 바뀌어서가 아니다.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에 말의 해석 규칙이 달라진 것이다.


팀장이 처음에 마주치는 착각은 “말을 더 잘 하면 해결된다”이다


많은 신임 팀장들이 처음 마주치는 착각이 있다.

말을 더 잘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화법 책을 읽고,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듣고,

표현을 다듬는다. 물론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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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이전에 놓치는 것이 있다.

팀장은 말을 하기 전에 이미 역할을 부여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팀장이 말을 꺼내는 순간,

그 말은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조직의 의사로 해석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팀장은 계속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설명하게 된다.


결론: “어떻게 말할까?”보다 “지금 나는 무슨 역할자로 말하고 있나?”이다


팀장이 된 뒤 말이 많아진 것은 말솜씨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말이 놓인 자리가 바뀌었고, 그 자리에서 말은 ‘의견’이 아니라 ‘신호’로 읽힌다.

그래서 해결의 출발점은 더 잘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이 지금 어떤 기능으로 쓰이고 있는지부터 인식하는 데 있다.


단원 요약 및 예고


이 단원은 해법을 먼저 주지 않았다.

말이 많아진 현상을 표현력의 문제로 오해하면,

팀장은 ‘더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만 버티게 되고 말은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팀장의 말이 어려워진 이유는 능력 부족이 아니라 역할 변화이며,

역할이 바뀌면 말은 의견이 아니라 기준·방향·판단의 신호로 읽히게 된다.


그래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말투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이 어떤 역할의 기능으로 작동하는지를 구분해 보는 것이다.


다음 단원인 ‘1-2. 위와 아래에서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팀장이 왜 ‘중간’이 아니라 ‘접점’인지 더 구체적으로 펼친다. 위는 압축을 요구하고, 아래는 확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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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로 다른 요구가 충돌할 때 팀장의 말이 어떻게 무거워지고, 무엇부터 정렬해야 말이 실행으로 연결되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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