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을 대하는 리더의 자세

플랜 B라는 이름의 다정함

by BizManna

#42


혹시 이런 날, 겪어본 적 있나요?


1분 1초가 아쉬운 중요한 발표 날 아침,

하필이면 평소엔 잘 오던 버스가 전 정거장에서 멈춰 서는 날.


목소리는 잠기고,

준비한 자료는 USB 안에서 말썽을 부립니다.


이럴 때 우리는 말하죠.


“아, 머피의 법칙이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


참 차갑고도 맥 빠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인생의 파도를 몇 번 넘다 보면,

이 냉소적인 문장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공들여 쌓은 모래성이

파도 한 번에 허물어지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니까요.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저는 자연스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의 진짜 실력은

계획이 완벽할 때가 아니라,


그 계획이 깨지는 순간에

드러난다는 것을요.


얼마 전, 사업을 하는 한 친구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회사에 수억 원을 들여

대규모 시스템을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어요.


반년 넘게 밤낮없이 준비했고,

누가 봐도 완벽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만약, 이 모든 게 첫날부터 무너지면 어떡하지?”


주변에서는 너무 비관적인 거 아니냐며 웃었지만,

그는 기존 시스템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플랜 B를 준비한 거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머피의 법칙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오픈 당일, 새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단 1분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미리 준비해 둔

두 번째 길로

즉시 갈아탔기 때문입니다.


수십 명의 직원과

수천 명의 고객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루를 이어갔죠.


친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플랜 B는 보험 같은 게 아니야.

나를 믿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지.”


우리는 흔히 플랜 B를 준비하면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미리 상상한다고 오해하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플랜 B는

비관이 아니라

가장 뜨거운 책임감입니다.


내 곁의 팀원이

월급 걱정 없이 잠들게 하는 책임.


내 가족이

평온한 저녁 식사를 이어가게 하는 책임.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의 방향키를

놓치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


미래를 믿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삶을 너무 소중히 여기기에

‘만약’의 순간까지

다정하게 안아두는 태도입니다.


이건 비즈니스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 일상도 그렇지 않을까요?


한 장의 명함에

내 존재 전부를 걸고 있지는 않은지,


갑작스러운 비바람을 막아줄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은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머피의 법칙은 늘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겠어?”


라고 방심하는

바로 그 틈을 파고드니까요.


그래서 대비는 선택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겸손한 습관이어야 합니다.


오래된 지혜서 잠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슬기로운 사람은

자기의 행동을 살피며 걷는다고요.


제가 요즘 배워가는 지혜는 이것입니다.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 와도 무너지지 않을

마음의 밭을

미리 갈아두는 것.


먼저 밭을 갈고,

그다음 집을 짓는 순서.


그 순서가

우리를 지켜줍니다.


결국 플랜 B는

원래 가려던 길을 포기하는 선언이 아닙니다.


어떤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끝내 가기로 한 곳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길이 막히면 돌아가고,

문이 잠기면 옆 창문을 두드려서라도

나아가겠다는 의지.


머피의 법칙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황해서 주저앉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위기 앞에서 떨기보다,

조용히 두 번째 지도를 꺼내 드는 태도.


오늘 당신의 가방 안에는

예기치 못한 비를 피하게 해 줄

작은 우산 하나쯤 들어 있나요?


- BizM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