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태양은 낯설 만큼 선명했습니다.
초록빛 페어웨이 위로 쏟아지는
그 정직한 햇살을 받으며 골프채를 휘둘렀던 일주일.
사실 처음엔 그저
일상을 탈출했다는 해방감뿐이었죠.
하지만 진짜 여행은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땀에 젖은 골프웨어를 갈아입은 뒤에야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인생의 전반전을 치열하게 달려온
'엑티브 시니어'들이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누군가는 불교의 인연을 말하고,
누군가는 하나님의 섭리를 고백하며,
또 누군가는 기댈 곳 없는 막막함을
스스로 견뎌온 시간을 이야기했습니다.
믿는 구석도, 살아온 궤적도 제각각인데,
그날 밤 우리가 나눈 공기의 온도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습니다.
"그땐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에
봇물 터지듯 흘러나온 건,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저마다의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힘들었던 날들'이었습니다.
자식 때문에 밤잠을 설치던 밤,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
그리고 예기치 않게 찾아온 삶의 수많은 굴곡들.
겉으로는 멀쩡한 척 골프공을 날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벙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살아왔던 겁니다.
그 저녁 시간들이 참 많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불교면 어떻고 기독교면 또 어떻겠습니까.
종교라는 단단한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니,
그 안에는 그저 '사람'이 있었습니다.
모진 풍파를 견디고 여기까지 걸어온
서로의 주름진 손마디가 보였고,
그제야 우리는
비로소 진짜 친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골프 점수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일 밤 나누었던 그 뜨거웠던 공감과,
서로의 아픔을 귀하게 여겨주던 그 눈빛만큼은
여행지의 노을보다 더 짙게 남았습니다.
인간의 일생이라는 게 결국 별거 있나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가끔은 휘청거려도
다시 일어나 다음 홀로 걸어가는 것.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닐까 싶습니다.
참으로 의미 있고, 그래서 더없이 즐거운 일주일이었습니다.
- BizM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