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마음과 물질이 만나는 곳

세상과 내가 연결될 때

by 하늘바라기

손가락 끝을 바라보면,

평범해 보이는 피부 안에 수십억 개의 원자가 있다.

그리고 그 원자들은 대부분 빈 공간이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면,

우리 몸의 99.9%는 사실 텅 비어있다.

그런데 우리의 손은 조금은 단단하게 느껴진다.

만질 수 있고, 쥘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대부분 빈 공간인데 왜 단단할까?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는 힘 때문이라고.

원자와 원자 사이에 전기력이 작용해서

우리가 단단함을 느낀다고.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물질이 단순히 힘의 상호작용일 뿐이라면,

이 손으로 느끼는 따뜻함은 뭘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때 느끼는 그 감정은?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면 더 이상해진다.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관찰하기 전까지는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한다.

측정하는 순간 하나의 위치로 확정된다.

마치 전자가 우리의 의식에 반응하는 것처럼.


물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의식과 전자가 직접 관련 있다고 보지 않는다.

측정 장치가 있으면 되고, 의식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수의 과학자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의식이 양자 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1970년대에 프린스턴 대학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PEAR(Princeton Engineering Anomalies Research)

프로그램이었다. 무작위 숫자 생성기를 만들어놓고,

사람들에게 숫자가 높게 나오도록 '생각'해보라고 했다.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그냥 마음으로만.


결과가 놀라웠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생각한 방향으로 숫자가 치우쳤다.

치우침의 확률은 크지 않았지만 수천 번의 실험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일관성이 높았다.


회의론자들은 실험 설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재현이 잘 안 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실험은 30년간 계속됐고,

수백만 번의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여전히 미약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약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의 마음은 물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아주 약하지만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컴퓨터가 자주 고장 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기계를 잘 다룬다.

단순히 기술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은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기술자도 이상하다고 할 만큼 기계가 특정 사람에게만 말을 안 듣는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기계도 사용자의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화내면서 다루면 고장 나고, 다정하게 대하면 잘 작동한다고.

미신처럼 들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다.


어쩌면 이건 우리의 전자기장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심장과 뇌는 전기 신호를 만든다.

이 신호는 몸 밖으로도 퍼져나간다.

약하지만 측정 가능한 전자기장이 있다.

감정 상태에 따라 이 장이 변한다.


화가 났을 때와 평온할 때,

우리 몸 주변의 전자기장은 다르다.

만약 이 장이 주변의 전자 장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아주 미세한 영향이지만, 누적되면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물은 더 흥미롭다.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라는

연구자가 '물'이라는 물질에 좋은 말을 하면

아름다운 결정이 생기고,

나쁜 말을 하면 일그러진 결정이 생긴다는 실험을 했다.

과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재현성이 없고, 실험 방법이 엉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물이 정보를 기억한다는 생각 자체는 흥미롭다.

물 분자는 수소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은 계속 변한다.

하지만 특정 패턴이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다.

어쩌면 물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기억'을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동종요법에서는 물에 물질을 희석시키면

그 물질의 '정보'가 물에 남는다고 주장한다.

과학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분자가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희석시키는데

어떻게 효과가 있겠는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플라세보 효과일 수도 있다.

마음이 몸을 치유하는 것.

실제로 플라세보 효과는 강력하다.

가짜 약을 진짜라고 믿고 먹으면 실제로 증상이 좋아진다.

뇌에서 진통제 물질이 분비되고,

면역 체계가 활성화된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주는 명확한 증거다.


그렇다면 마음이 몸 밖의 물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과학은 회의적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가능성을 열어둔다.

관찰자가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것.

의식과 물질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


어떤 물리학자들은 우주 전체가 하나의 파동함수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 파동함수의 일부다. 우리의 의식도 그 일부다.

의식과 물질은 같은 근원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둘이 서로 영향을 주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명상을 깊이 하는 사람들이 말한다.

몸의 경계가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고.

자신과 세상의 구분이 없어진다고.

뇌과학자들은 이를 측두엽과 두정엽의 활동 변화로 설명한다.

공간 인식을 담당하는 부분이 조용해지면

경계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고.

자신의 원자들이 세상의 원자들과 같다는 것을.

모든 물질이 같은 에너지의 다른 형태라는 것을.


물리학도 비슷하게 말한다.

E=mc². 에너지와 질량은 같은 것이다.

물질은 응축된 에너지다.

우리 몸도 에너지의 한 형태다.

생각도 뇌의 전기 신호, 즉 에너지다.

감정도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즉 화학 에너지다.


결국 모든 것은 에너지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뿐.

물질도 에너지, 마음도 에너지.

그렇다면 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밤하늘의 별빛을 본다.

그 빛은 수천 년 전에 출발한 에너지다.

지금 내 눈에 닿아 전기 신호로 바뀌고,

뇌에서 처리되어 '아름답다'는 감정이 된다.


에너지가 물질이 되고, 물질이 다시 에너지가 되고,

에너지가 의식이 된다. 모두 연결되어 있다.

마음과 물질의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모호하다.

분명한 선이 있는 게 아니다.

전자의 세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관찰자와 관찰 대상, 의식과 물질이 서로 얽혀있다.


우리는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다.

하지만 단순한 물질 덩어리가 아니다.

생각하고 느끼는 물질이다. 의식을 가진 물질이다.

어쩌면 그 자체가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가장 작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의미가 생긴다.

전자의 움직임이 생명을 만들고,

생명이 의식을 만들고, 의식이 감정을 만든다.

그리고 그 감정이 다시 전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순환. 이것이 끝없는 에너지의 '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