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가르쳐준 것들

자아 성찰

by 하늘바라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다.

주변 풍경을 보며 여유롭게 걷는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산은 금방 달라진다.
경사가 가팔라지고, 길이 좁아진다.

돌이 많아지고, 뿌리가 튀어나온다. 숨이 차기 시작한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처음에는 괜찮다. 하지만 몇백 걸음을 걷다 보면, 다리가 무거워진다.

배낭의 무게가 느껴진다. 어깨가 쑤신다.


'왜 이런 걸 하는 거지?'
의문이 든다. 집에서 편하게 있을 수도 있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있다.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며,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다.
그때 깨닫는다.
산을 오를 때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나' 자신이 숨어있다는 것을.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나. 편한 것만 찾고, 쉬운 것만 선택하고, 안전한 곳에만 머무는 나.
하지만 산에서는 다르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억눌러 있던 나 자신이 깨어난다.
"힘들어. 그만하고 싶어."


자아가 하소연한다. 포기하라고 속삭인다. 돌아가자고 유혹한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 그냥 내려가면 돼."
하지만 동시에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거야? 조금만 더 가면 돼."
이상을 향한 간절한 바람. 정상을 향해 오르겠다는 의지, 그것이 내 걸음을 빠르게 움직인다.

두 목소리가 싸운다.
"그만해."
"계속해."
"힘들어."
"견뎌."
"돌아가자."
"조금만 더."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맴돈다.
이상하게도, 그 힘듦이 싫지 않다. 땀이 흐르고, 심장이 뛰고, 근육이 타들어 가는 느낌.

그것이 오히려 생생하다.


'나는 살아있다.'
그 느낌이 명확하다.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던 것.

모든 것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삶에서는 잊고 있던 것.
나는 살아있고, 노력하고 있고,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정상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 믿음이 나를 지탱한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그 생각이 내 걸음을 재촉한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렇게 나아간다.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끝이 있다.

정상은 존재한다.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 빠를 필요는 없다.

느려도 괜찮다. 쉬어가도 된다. 하지만 멈추면 안 된다.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면, 그것은 진전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걷는다.


주변을 본다. 나무들이 서 있다. 바위들이 박혀 있다.

그들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저 잠깐 지나가는 존재다.
하지만 이 짧은 순간, 나는 그들과 함께 있다.

같은 시공간에서 함께 바람을 느낀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는 계속 오른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정상을 생각한다.

그곳에서 볼 풍경을 상상한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을 떠올린다.
그것이 나를 움직인다.
그것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르면 오른 만큼 높아진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속일 수 없다. 대신할 수 없다.
오직 내 발로, 내 힘으로, 내 의지로.
그렇게 올라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