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준호 May 28. 2024

날계란 씻고 계란프라이 해 먹나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신혼부부의 갑론을박! 누구 말이 맞나요?

아내: 오빠, 근데 왜 귤 씻어서 안 먹어?

남편: 응? 귤껍질 벗기면 어차피 안에 것만 먹잖아...?

아내: 마트에서 사람들이 몇 번 잡고 그럼 한번 씻어야 해

남편: 엥?! 그럼 계란프라이도 날계란 씻어서 먹어야겠네? 

아내: 당연하지! 닭 똥구멍에서 나왔는데! ㅋㅋㅋㅋ

남편: 헐 ㅋㅋㅋㅋㅋㅋ


웃고 넘길 이야기가 선거철 양당의 정책 이슈만큼 뜨거워졌다. 아내는 분명 자기 같은 사람이 존재하며, 이런 일은 주변에 많다는 주장이다. 난 저렇게 까지 하는 건 오바다. 껍질에 기능이 무엇인가? 안에 내용물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껍질을 씻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날계란 씻는 건 진짜 지금도 모르겠다...)


이렇듯 우린 정말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걸 매일의 순간을 통해 느낀다. 그걸 이해하는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번도 생각 못했던 서로의 삶의 영역이 여전히 있다. 내가 살다 보니 귤을 씻고, 날계란을 씻는 날이 오게 될 줄 몰랐다. (계란 껍데기가 더 잘 깨지는 기분은 기분 탓이겠지?)


아내에게 귤을 씻지 않겠다는 근거는 내 삶 말곤 없다. 난 그렇게 살아왔다. 가만 생각하면 아내 말이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럼 바로 수긍한다. 그게 내가 신혼 초 느꼈던 부부간에 싸우지 않는 방법이다. 하지만 처음 아내와 이런 논쟁을 통해서 꼭 이겨야만 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지금 물러나면, 난 평생 이대로 따라야 해'라는 생각이다. 내가 해왔던 익숙하고 편한 방법을 포기하고, 상대방에 맞춘다는 게 솔직히 싫었다. 난 정말 이해 못 했다. 결혼하면 수건 때문에, 양말 때문에 싸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 말이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귤을 씻고, 파인애플을 씻고, 타조알(?)을 씻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달라질 나를 보면서 동시에 아내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한다.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살다 보니, 닮아가게 되는 신기한 인연이 부부라는 게 참으로 오묘하다. 


우리의 신혼생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주 무탈하게 말이다. 아직도 어떤 것들을 이해해야 할지, 체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연애할 때 몰랐던 새로운 상대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누군가 연애는 그 끝을 몰라 설레고, 결혼은 결말을 알기에 힘들다고 한다.


설레는 연애를 끝으로, 결말을 알게 된 결혼 생활에서 여전히 모르는 게 투성이다. 다른 신혼부부들은 과연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할까? 어떤 이야기를 할까? 우리의 유치한 논쟁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궁금증을 유발한다. 주변인에게 물어보기 다소 부끄러운 주제라, 익명을 빌어 듣고 싶다. 


진짜 귤껍질, 계란 껍데기 씻어야 하나요...? (아내가 꼭 물어보라고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락 싸고 다니는 남편, 이상한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