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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대로 20화

I love 알고리즘(Algorithm), 알콰리즈미.

by 망초

온오프라인으로 기타를 배우고 있다. 요즈음 연습하는 곡은 ‘나 항상 그대를’이다. 주로 책의 악보를 보고 연습하는데, 설거지할 때, 러닝머신 위에서, 마늘 까기 등 반복적인 동작을 하는 시간에는 느린 손동작에 도움을 주고자 유튜브 영상을 눈과 귀로 보고 듣는다.

한두 번의 클릭, 혹은 한두 번의 검색을 기억하는 나의 핸드폰은 이제 이 곡의 연주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처음부터 단계별로 맞춤형 선생님이 되어 아낌없이 보여준다.

이는 내가 어떤 영상을 얼마나 오래 시청하고, 어떤 버튼을 누르는지와 같은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작동한 결과라고 한다. 나의 일상이 외부의 어떤 데이터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 상업적이거나 다른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 청소년들에게는 부적절하거나 자극적인 영상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등의 부정적 기능도 있지만, 기타를 배워보려는 나에게는 친절한 선생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알고리즘(Algorithm)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방법)를 말한다. 이 알고리즘이라는 용어는 1200년 전 우즈베키스탄의 수학자 아부 압둘라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780~850년)의 이름에서 따왔다.’라는 것이 인터넷의 설명이다.


지난여름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기 전에 정수일 님이 지은 『실크로드 문명기행』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알게 된 인물이 ‘아부 압둘라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이다. 알 콰리즈미는 부하라(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 중 하나) 학맥 삼총사 중의 한 사람인데, 그는 ‘페르시아와 인도로부터 의학이나 천문학의 기초학문인 수학을 전수받아 일대 혁명을 일으켰으며, 인도에서 받아들인 영이라는 전혀 새로운 숫자 개념을 도입해 수학에서 일대 변혁을 가져온 사람’(위의 책 200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 같은 보통 사람에게도 해외여행의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가 되었고, 좀 우쭐한 마음을 가지고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보다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10세기 이전의 이슬람 문화가 유럽의 의학과 수학에 영향을 줄 정도로 상당히 발달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사회가 교육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슬람은 비록 사막이라는 문명의 불모지에서 출현했지만, 당초부터 교육과 학문에 지대한 관심을 돌렸다. 경전『쿠르안』을 보면 알라의 첫 계시가 바로 “읽어라, 창조주이신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한 절이다. 이것은 알라가 무지에서 벗어남을 절체절명의 첫째 과제로 명한 점이라고 경전 주석가들은 해석한다. ‘쿠르안’은 ‘읽기’나 ‘읽음’이라는 뜻이다. 교조 무함마드는 문도들에게 읽고 쓰기를 배우며 지식인을 존경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쟁 포로 한 명이 무슬림 어린이 10명에게 읽고 쓰기를 깨우쳐주기만 하면 곧 석방했다고 하니, 배움을 얼마나 중시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위의 책 195쪽)


알콰리즈미 동상.jpg

우즈베키스탄의 히바에 있는 알콰리즈미의 동상(왼쪽)



배움을 중시한 역사는 우리나라도 절대 어느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 형편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슬람, 단 한 번의 여행으로 사랑에 빠진 우즈베키스탄의 옛날 할아버지 알콰리즈미에게서 ‘알고리즘’이라는 용어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기쁜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025.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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