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주는 최고의 상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 온 힘을 다할 기회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곳에 카페를 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것을 내가 행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지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생각을 바꿨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득 채워 나의 색을 입힌 공간을 만들자고 다짐했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미로 모으던 일들을 모두 모아 하나의 결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니 머릿 속이 명확해졌다.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나의 색을 입힌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일 것이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히 들려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언젠가 이 이야기들이 모인다면 그게 결국은 작은 브랜드의 모습으로 발현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마음을 바꾸고 나니 나의 일에는 굳이 정확한 순서도, 완벽한 계획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공간을 꾸린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 속에 들어가서 나를 깊이 좋아하게 만드는 일인데, 진심이 닿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전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혹은 차선의 일일지라도 그 안에 나의 꿈을 입히기 시작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충분히 새로운 것을 마주할 만한 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카페'라는 단어가 내가 전하는 모습와는 조금 다르다고 여겼다. 다름에서부터 내가 써내려갈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게는 앉아있는 이 곳이, 따뜻한 커피와 계절을 누릴 수 있는 곳이, 같은 공간 속에서 매번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누군가의 '장소'이자 '공간'이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나는 매번 카페라는 단어 대신 장소와 공간을 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카페의 커피나 디저트를 따라가기에 나는 아직 여전히 모자라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만이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테고,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부지런히 이 곳에서 나의 일상을 채집해 오래오래 이 공간만이 꺼낼 수 있는 따뜻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빛이 난다. 소설가에게는 삶이 글 자체인 것처럼, 예술가에게는 길거리의 풍경 자체가 작품인 것처럼, 우리에게도 지나치는 일상이 충분히 삶의 영감을 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일들이 과거의 우리를 만들고 앞으로 걸어갈 우리를 만들 것이다.
4년, 이 작은 책의 한 페이지에 물꼬를 텄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는 큰 성장이었다. 그러니 어떤 형태로 발현될 지를 생각하기 전에 미리 겁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처음부터 완벽한 그림이란 건 있을 수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도 그렸다가, 지웠다가 수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