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후 투자 섹터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아무래도 탄소 배출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솔루션으로서의 DAC(직접공기포집) 이라던지, 이를 포함한 더 큰 범주에서 CCUS(탄소포집, 사용 및 저장)이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에서 가장 활발하게 벤처 투자 금액이 모이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고.
헌데 최근들어 기후 섹터에서 CCUS 키워드 만큼이나 뜨겁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또 다른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Carbon Accounting. 즉, '탄소회계' 이다.
탄소회계라 함은 단어 그대로 탄소배출량을 회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 더 정확히는, 기업이 경영 활동의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탄소배출량과 그 영향을 재무제표와 같은 정량적 지표로서 관리하고 더 나아가 기업 활동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재무제표에 또 다른 숫자로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를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 4글자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건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회계적 시야에서 기존에 흔히 다뤄지는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 등과 같이 기업 경영 활동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서 새롭게 탄소 배출량을 끼워넣자는 것이니까.
이러한 접근 자체는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지구온난화, 지속가능 등의 아젠다와 함께 이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GRI 등과 같은 조직을 통해 이어져왔던 개념이며 이에 대한 방법론 등의 표준화 논의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허나 기존까지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파편화된 방법론이 다수 주장되어졌기에 국제적 단일화-표준화가 이루어지지는 못했었다.
헌데 최근에는 이 '표준화' 에 대한 논의와 추진이 엄청난 급물살을 타고있는데, 그 중심에는 IFRS 라는 '단일 국제 회계 기준' 을 만든 재단이 있다. 그 시작은 작년 열린 COP26(유엔기후변화협력 당사국총회). IFRS는 COP26에서 ISSB(국제지속가능기준위원회) 발족을 발표하였는데, 이 조직이 출범함으로서 탄소 배출 관련 표준화 논의의 흐름이 이전과는 분명 다른 속도와 우선순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ISSB 에서는 지속가능성의 여러가지 아젠다 중 최우선 과제로 Climate 을 설정, 올해 3월 에는 '기후관련 공시 초안'을 발표하며 기업이 '공시' 해야 할 7가지 산업 전 지표 범주를 제시하였다.
이는 아직 초안일 뿐이고, 향후 어떤 방향과 카테고리를 가지고 디테일을 잡겠다는 정도에 그치지만 이미 앞서 회계 기준을 국제적으로 단일화 하며 스탠다드가 되어있는 IFRS가 ISSB를 통해 이러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다르다.
실제로 이미 ISSB는 각 국가들에게 이 공시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 받아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 있고,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을 중심으로 공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한국측 의견서' 제출이 지난 7월 완료되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금융위원회가 이 공시 초안을 '향후 글로벌 ESG공시의 국제 표준이 될' (실제 표현) 이라고 잠정 정의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올해를 원년으로, ISSB 출범을 기점으로 기업의 기후(탄소 배출) 관련 공시의 필요성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이런 국제 표준 제정의 유무를 떠나, 기후변화 대응에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유럽-미국 등은 이미 자체적인 법적 환경을 조성 중에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변화 리스크와 그 영향에 대한 상장기업들의 공시 의무화하였고, EU 또한 탄소국경제를 그 시작으로 상장기업 정보공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
중요한 시사점은,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빠르게 달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기업의 회계 공시 내용에 탄소 배출량을 포함한 기후관련 영향을 포함시키는 것'. 공시 방법론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마무리되고 국가별 공시 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시점부터 탄소 회계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투자자 관점에서 기후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재미있는 점은 바로 외부 환경 변화와 법적 규제에 기반해서 그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점인 것 같다. 그만큼 눈과 귀를 밖으로 열어두고 변화의 흐름에 민감해야만 다가올 시장과 그 속에 있는 잠재적 기회를 예측할 수 있다.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의무 공시에 대응을 해야하는 미국 등 에서는 이미 기업 대상 탄소 회계를 서비스해주는 곳들이 등장하여 여럿 상용화가 되고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정부 차원에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기에 국내 탄소 회계 시장의 개막은 조금 더 시일이 걸릴 듯 하다. 허나 분명한 건 이미 이러한 흐름은 국제사회의 일원인 우리나라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주류가 되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