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미국에서 일하게 되었는가 1 - 인턴 구직

철없었던 2N살 미국 대학 졸업자의 직장생활 이야기

by BKOON

나는 처음에 미국에서 일할 생각이 없었다.

조기유학으로 간 동남아시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회가 되어 동남아시아 현지 대학을 통해 미국 대학으로 편입해 내 나이 또래보다 더 일찍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아시아가 좋았다. 내가 살던 나라의 여유로운 모습과 문화가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대학은 미국으로 가야겠다는 다짐은 했지만,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근데 그 생각을 한지 약 10년이 후 지금은, 미국의 한 리테일-테크 기업의 2년 차 마케팅 리서처 겸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나는 졸업하면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가고 싶어. 나는 아시아가 잘 맞는 것 같아.

내가 미국에 처음 와서 친구들이랑 밥 먹으면서 했던 말이다. 사실 지금도 맞는 말이다. 나는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 따윈 없었다. 심지어 동남아에 있는 대학교를 다녔을 때도, "너는 미국에서 자리 잡고 싶지 않은데 왜 미국 대학 편입 프로그램을 하는 거야?"라고 무수히 들었다.


American Dream? 그게 뭐죠? 나는 Singapore Dream (maybe)

그때는 철이 없었죠 (최준). 누군가 나에게 해준 "외국에서 유학할 거면 무조건 미국이야. 딴 데는 갈 생각도 하지 마"라는 말에 박혔고, 누군가 나에게 해준 "동남아에서 미국 대학 가는 게 쉽니?"라는 말에 악에 받혀 열심히 해 미국 대학 원서를 준비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내 적성에 맞았던 마케팅 분야는 미국이 최고라는 말만 들렸기도 하고. 나는 미국에서 배워서 다시 아시아로 가져오고 싶었다. 실제로 대학 입학 원서에 그렇게 적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은 특별한 미국 대학에 합격했다.


커리큘럼이 다른 미국 대학보다 다른 내가 졸업한 학교

우리 학교는 다른 친구들이 다니는 대학보다 조금은 특별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다. 사립학교고, 랭킹 올리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으며,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는 학교라고 보면 되겠다. 교육적인 것보다 실무적인, 경험을 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였고, 그게 공부는 잘 못했지만 방과 후 활동, 학생자치활동을 많이 한 나랑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실무적인 것을 중요시했던 학교이기에, 웬만한 학생들은 모두 최소 1회의 6개월 인턴쉽 과정인 "코옵 (CO-OP)"을 하게 된다. 미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학생은 두 번, 미국인 학생은 세 번까지 할 수 있고, 여기서의 정규직 전환율이 높은 편이다. 비자 걱정 없는 미국인들의 경우 특히나 높은 편이다. 코옵을 하지 않으면, 다른 경험들로 해당 학점이나 학기를 채워야 한다. 예를 들어서, 교수의 리서치 같은 프로젝트나 자기가 리서치를 진행을 해야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마케팅은 경영학과기 때문에 내 주변에 리서치를 하는 학생들은 전혀 못 봤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모든 경영학과 학생들은 진짜 회사로 한 학기 반동안 출근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금 회사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우리 단과대 건물은 아니지만... 그나마 요 건물이 더 예뻐


인턴 구하기 쉽다면서.. 왜 이렇게 어려운 거니...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 학교는 거의 모두가 한 번쯤은 코옵 경험이 있길래 나는 쉬울 줄 알았다. 학교에서 구해주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물론 학교와 연계된 인턴 포지션들이 많았고, 아무래도 학교가 코옵으로 유명한 학교이다 보니 우리 학교에만 열린 포지션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나는 어려웠다. 그 어려운걸 미리 준비해 주려고 학교에서는 총 2-3학기에 걸쳐서 Resume 첨삭, 인터뷰 정보, 가상 인터뷰 등을 1 크레디트짜리 수업으로 제공해준다.


근데도 어려웠다. 여기서 정말 한국에 짐 싸서 돌아가야 하나.. 싶었기도 했고, 코옵도 동남아에서 알아봐야 하나.. 싶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은 거의 다 코옵 한포지션씩 잡았을 때, 나는 구하지 못했다. 9월이 학기 시작인데, 내 주변 친구들은 10월 정도에 구한 것 같고, 나는 11월 중순에 겨우 구했던 것 같다.


진짜 인터뷰 끝나면 저 표정

인터뷰 기회는 많았다. 인터뷰에서 실수도 많이 했고 잘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더 열심히 (울면서) 연습했고, 그러다가 유명한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오퍼를 받았었다.


근데 사실, 코옵 오퍼를 받고 그 회사에 대해 찾아보니 특히 코옵을 한 사람들 중에서 정말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배우는 게 없다는 둥... 등등등... 정말 악평밖에 없었던 것 같다. 회사 포지션도 지금 있는 도시가 아닌 비행기로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리는 뉴욕에 있어서, 이미 계약된 렌트비고 뭐고 다 물어내고 Relocation을 해야 할 판이었다. 해당 포지션은 Relocation을 안 해주는 포지션이었다.


사실 화장품에 관심은 있었지만 그 정도로 있진 않았고, Hiring Manager (날 뽑은 매니저)와의 통화도 좋은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뉴욕까지 짐을 다시 싸서 렌트를 두배로 내고 방을 내주녜 마녜 할 일도 많았다.


결국 그 오퍼를 거절하고 나는 지금 회사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같은 회사, 3개의 다른 포지션, 3번의 면접 기회

사실 지금 회사에서의 인턴 포지션은 한 번에 붙은 건 아니다. 더 Context를 넣자면, 사실 이 회사가 코옵 또는 Entry-level 직원들에게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고 들었다. 미국에선 그나마 네임밸류 있는 회사였고, 2000년대 닷컴 버블 전에 온라인 리테일 밴처기업으로 시작해, 닷컴 버블을 잘 이겨내고, 지금도 하루하루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물론 코옵 후기는 매우 극과 극이었지만 (그 처음 붙은 회사보단 좋았다). 이런 회사의 마케팅 부서를 들어가 어떤 전략들이 실행되는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브랜드 전략이나 소비자 심리 부분도 많이 관심 있어하는 부분이었기에 그런 것들도 숙지해갔다.


제일 첫 번째로 넣은 포지션은 이 회사의 마케팅 코옵 포지션이었다. 이 회사 (우리 회사)의 마케팅 부서는 정말 애널리티컬 한 부서다. 사실 이런 걸 숙지를 잘 안 하고 (내 생에) 첫 전화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정말 망쳤던 것 같다. 그리고 면접 중에 면접관과 Interaction이 많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두 번째로 넣은 포지션은 이 회사의 머첸다이징 (Merchandising) 코옵 포지션이다. 전화 인터뷰는 정말 좋았다. 많은 것들을 물어보고 정말 Humane 한 Interaction이 있었다. 그러고 On-site를 가게 되었는데. 어랍쇼? 면접 스케쥴링이 잘못돼서 오늘은 면접이 없고 회사 투어만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흠... 그래... 그래서 회사 투어를 했는데 정말 회사가 요새 같았다 (훗날 서술 예정).


그리고 그다음 주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 스케줄을 같은 회사에 지원한 친구랑 비교해보니 좀 이상하다 뭔가? 뭔가 1차 (Behavioral), 2차 (Case) 각 30분씩 다른 사람과 함께 면접이 스케쥴링되어있는데 보통,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이상하게 2차 30분만 스케쥴링되어있었다. 그것도 개인 경험 질문을 물어보는 Behavioral이 아닌 실제 실무적인 대처를 어떻게 하는지 평가하는 Case 인터뷰만 이었다..


무언가 자신감은 떨어졌고, Case를 보면서 더더욱 느꼈다. 내가 맞는 포지션은 정말 아닌 것을...


그렇게 화장품 회사 코옵을 거절하고, 이 회사의 "e커머스 코옵" 포지션을 넣었다. 뭔가 정말 Vague 한 포지션이었다. Description만 봐도 무슨 리테일러라면 뭐든지 할 일들이 적혀있었다. 이게 맞나.. 사실 요건 회사의 스트럭쳐 때문인데, 코옵으로 한 Batch에 몇백 명을 뽑으니 과정 효율성을 위해 팀 별로 포지션을 뽑는 것이 아닌 부문별로 포지션을 뽑게 된다.


그러다 보니 'E-커머스' 부문의 팀들의 경우, 각기 다른 팀들과 부서가 합쳐져 있는 사업부인데, 그렇다 보니 그쪽으로 한번 뽑히면 정말 내가 원하는 팀에 가거나, 정말 몰랐던 팀에 가거나, 정말 가기 싫은 팀에 가거나, 이렇게 셋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너, 쉬운 문제 풀어볼래? 아니면 어려운 문제 풀어볼래?

그렇게 E-커머스 포지션에 레쥬메를 보내고,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전에 두 번이나 지원했다 보니 1차 전화 인터뷰는 패스. 그렇게 바로 온사이트 인터뷰에 들어가게 됐다.


1차는 Behavioral, 정말 좋은 인터뷰였다. 주어진 모든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고, 면접관과도 rapport를 잘 쌓았다. 내가 이 회사를 들어가고 싶은 이유, 학생자치활동에서 습득한 스킬들을 잘 연관시켜서 잘 설명했다.


문제는 2차 Case. 도대체 무슨 케이스를 예상해야 될지 몰랐다. 포지션 자체도 종류가 너무 많았기에. 그렇게 주제는 Supplier와의 Price Negotiation. 예..?


처음에 정말 당황했다. 문제도 처음에 내가 답을 제대로 하는지 모를 정도로. 근데 운이 좋았다. 면접관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칠판에 적어가면서 날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저번 케이스 인터뷰와는 다르게.


그래서 첫 번째 문제는 알려준 방식대로 풀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 첫 번째 문제보다 조금 어려운 문제였다. 알려준 방식대로 풀고, 거기다가 add 했다. 그리고 케이스 인터뷰의 중점은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라는걸 수 도 없이 들었기 때문에, 문제 해결 방식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애썼다.


면접관이 막 반응은 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나한테 물은 한 마디. "너, 쉬운 문제 풀어볼래? 아니면 어려운 문제 풀어볼래? 진짜 인터뷰어 매뉴얼에 이렇게 되어있어 ㅎㅎ 네가 골라봐"


순간 고민했다. 근데 직감적으로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어려운 문제 풀어볼게요. 감 좀 잡은 것 같아요"


그러고 어려운 문제를 풀었다. 면접관이 가르쳐 준 일부 배경지식, 그리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필력 했다. 근데 만족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러고 면접관이 내 답에 조금 더 보완할 부분들을 알려주고,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답변을 잘했지만 솔직히 이 일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님을 조금 느꼈다. 별로 관심이 없는 분야였고, 나는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 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답도 더 브랜드 관련해서 얘기한 면도 있다. 그렇게 끝나고 면접관이 날 로비까지 바래다주는데, 그때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하고 나왔다.



땡큐 이메일에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은 좋지 않았다. 아 또 안 되겠구나... 뭔가 나랑 안 맞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쓴 노트를 토대로 땡큐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고 답변이 왔다. 1차 인터뷰를 본 면접관에게. 정말 기분이 좋았다! 물론 합격 목걸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징조였다.


그리고 다음날... 두둥...


리쿠르터랑 통화하면서 포지션을 나에게 오퍼 하고 싶다고 연락받았다. 사실 겉으로는 "아! 드디어 코옵 써칭이 끝나겠구나!!!"라고 기뻐했지만 속으로는 "이게 과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가..?" 하고 있었다.


그러고 고민 한 시간 정도 하다가, 더 이상 코옵 서칭을 하다가 내 정신도 나갈 것 같아서, 그래 한번 해보고 안 맞으면 다른 곳에서 맞는 직종을 찾자! 이러고 오퍼에 사인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내가 지금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wayfair coop.png 인연의 시작.


그래서 네가 배정된 팀은... "컨슈머 인사이트"야

2020년 1월에 시작하는 오퍼를 사인하고, 약 한 달 정도가 지난 12월 말, 겨울방학이라 한국에 들려서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지금 회사에서 이메일이 왔다. 팀 배정 관련 이메일이었다.


"컨슈머 인사이트"


처음에 놀랐다. 내가 합격한 e-커머스 포지션에는 전혀 적혀있지 않았던 팀이었다. 그래서 온라인에 찾아봤더니, 소비자 마케팅 리서치를 말하는 것 같았다.


순간... 이게 뭐지...? 싶었다.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나 싶었다. 일단 인사과에서 온 이메일이었고, 내 매니저 될 사람이 이메일이 온다길래 기다렸다.


그리고 한 3일 정도 후, 내 매니저(지금은 내 직장 베프)에게 이메일이 왔다. "Welcome to Consumer Insights!"


그러고 팀 Description을 같이 보내줬는데, 이게 웬걸... "우리는 브랜드 개발팀 밑에 있는 팀이고, 우리 팀이 하는 일은 브랜드 전략 개발을 위해 질적/양적 소비자 리서치를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팀이야. 환영해!"


정말 꿈만 같았다... 나는 정말 행복했다. 아마 내 레쥬메가 리서치 쪽에 조금 더 집중이 되어있다 보니 (의도치 않게) 그쪽으로 배정된 것 같았다. 들어오고 나서 깨달았지만, 우리 회사 구조가 조금 별나다 보니 일부 마케팅 관련 팀은 e커머스 부문 쪽에 위치해 있었고, 우리 팀이 속해 있는 "브랜드 개발 팀"도 그중 하나였다. 사실 지금도 그 팀에서 일하고 있지만, 다른 e커머스 팀보다는 마케팅 팀이랑 훨씬 협업을 많이 한다. ㅎ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그때는 정말 몰랐다. 내가 이 팀에서 원래 예정된 6개월보다 긴 8개월이란 시간을 인턴으로 보내고, 졸업 후 다시 돌아올 줄은.


다음 이야기에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