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삼인분공부 Oct 13. 2020

경제경영책 만드는 법 – 편집자에서 저자로

이 책은 내가 편집한 책이 아니라 집필한 책이다. 책과 직접 관련된 언어, 서점, 공부, 도서관 등에 대해 특색 있는 책들을 일관되게 출간해 온 유유출판사가 기획한 ‘편집자 공부책’ 시리즈의 2권이다. 1권은 ‘문학책 만드는 법’이고, 향후 실용, 역사, 인문교양, 사회과학, 에세이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출판 편집자가 자신의 일에 대해 쓴 책은 종종 출간되었지만, 이렇듯 각 출판 분야별로 세분화한 경우는 최초가 아닐까 싶다. 다른 출판사라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만큼 대상 독자의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 유유출판사는 그동안 출판 종사자나 책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도서들을 출간하며 호평을 받아 독자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했다. 이렇듯 아주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특정 취향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기존 출판사들이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도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출판 생태계에 다양한 작은 출판사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시리즈는 서울북인스티튜트(SBI) 편집자반 전담교수 이옥란 선생님의 <편집자 되는 법> 집담회가 계기가 되어 기획되었다고 한다. 당시 초보(예비) 편집자들의 배움에 대한 절절한 기대와 갈증을 느끼고 그들의 실무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편집자 공부책’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분야별 시리즈는 편집자나 출판계 종사자는 물론 (예비) 저자들에게도 상당히 유용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편집자와 효과적으로 협업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출판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이므로 연차가 적은 실무 편집자도 각 도서의 계약 및 편집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깊이 참여한다. 무엇보다도 도서의 품질은 편집자의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편집자는 도서 홍보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고 저자와 마케터 사이를 조율하므로 마케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경영경영책 편집자는 ‘에디마케터’라 할 정도로 도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깊숙이 마케팅에 개입하고 출간 이후에도 마케터 이상으로 직접 발로 뛰는 경우가 흔하다.


책을 집필하며 경제경영 분야가 한 사람의 편집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하위 분야에 따라 최고 지식인부터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까지 독자층이 아주 넓다. 그래서 개별 편집자나 출판사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떤 출판사는 실무서 시리즈로 유명하고, 어떤 출판사는 재테크서에 주력하며, 어떤 출판사는 직장인 처세서를 잘 만들고, 어떤 출판사는 세계적 석학의 경제전망서나 경영혁신서에 집중한다. 경제경영서가 주력 분야인 대형출판사라면 당연히 여러 하위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

      

나는 출판 편집자가 된 지 20년 정도 되고, 단행본 출판사에서 일한 지도 18년 가까이 된다. 그래서 다양한 도서들에 대한 경험이 있지만, 내가 경제경영서만 만든 것도 아니고, 경제경영의 하위 분야가 워낙 많다 보니 그 모든 분야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10년 넘게 종합출판사에서 관리자로 일했다. 그런 이유로 직접 편집한 책 외에도 경제경영의 거의 전 분야에 대해 많은 간접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동료들이나 타 부서에서 만든 책들이 어떻게 기획되어 판매되었는지 공식적인 회의들을 통해, 회사의 인트라넷이나 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경영정보시스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의 정보를 통해, 또는 어깨 너머로 많이 배웠던 것이다. 아마 그런 방대한 간접 경험 없이 직접 기획하고 편집한 책들만으로 <경제경영책 만드는 법>을 집필했다면 한정된 분야의 한정된 경험만 기술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경제경영책은 책 애호가들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린다. 내가 아는 다독가들 중에는 경제경영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문학과 인문서를 주로 읽는 것 같다. 나 역시 경제경영이 주력 분야인 종합출판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경제경영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과학에는 관심이 많아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등을 인상 깊게 읽은 바가 있었다. 경제경영은 사회과학의 일부인데, 경제학과 경영학은 근현대에 발전하여 별도의 학문 분야로 정립되었다. 출판산업에서 경제경영은 사회과학의 테두리를 넘어 독자적으로 훨씬 더 큰 시장 규모를 갖는다.

직업상 먹고살기 위해 경제경영책을 많이 읽고 관련 도서들을 기획하고 편집하게 되었는데, 참으로 흥미진진한 세계였다.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경제경영서를 많이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먹고사는 일에 전전긍긍하면서도 왜 더 젊었을 때 스스로 경제생활의 미래를 계획하고 투자 안목을 키우지 못했을까 아쉬울 뿐이다. 경제경영은 삶에 필요한 지식일 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게 해주는 인문학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은 조직 속에서 또는 네트워크로 얽혀서 경제생활을 한다. 가족과 친족, 지역사회, 종교단체의 영향력이 급속히 쇠퇴하고 경제적 동기로 모인 집단이나 네트워크가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된 현대에 뇌과학책만 읽거나 철학서만 읽는다고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경제학이나 경영학 자체가 여러 분야가 섞일 수밖에 없다. 경제 현황을 분석하거나 향후 전망을 모색하거나 경제 정책을 수립하려면 정치, 외교, 지리, 대중심리, 문화 트렌드, 기술의 발전과 적용 등을 연구해야 한다. 효과적인 경영 방식은 조직행동학, 사회심리학, 동기 유발 이론 등의 내용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경제경영의 관점으로 보면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을 경제경영서로 아우를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의 통섭이 대세가 되면서 CEO의 서재에 인문학에 기반한 책들이 더 많이 자리 잡게 되고 인기 철학자들이나 과학자들이 경제단체나 대기업 초청 강연 섭외 1순위가 되었다. 서로 다른 분야가 융합되어 CEO나 오피니언 리더들을 1차 목표 독자로 하는 이런 책들은 출판사의 포지셔닝 전략에 따라 인문서로도 경제경영서로도 자기계발서로도 에세이로도 출간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서 신자유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경제경영서 시장은 대폭 축소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경영과 자기계발은 문학에 이어 가장 시장 규모가 크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경제경영서 시장이 크게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에 경제경영서 시장은 위기에는 경제전망서, 호황에는 재테크서가 약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제전망서가 주목받으면서도 재테크 열기가 이례적으로 뜨거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재테크서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도 목표 독자인 아주 대중적인 분야지만, 투자에 대해 공부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전설적인 투자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한 높은 식견에 투자 기업을 샅샅이 분석할 수 있는 회계 및 경영학 지식, 각 업종의 특성을 두루 섭렵하는 박학다식한 면모를 보여준다. 경제경영책 편집자라면 지금의 기회를 경제경영서 전반의 저변을 확대할 기회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워런 버핏 스노볼 1, 2 –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