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스텝은 어디로 가볼까!
이상하게 나는 올해가 참 피곤하다.
귀국하고 나서 인생이 영 싱숭생숭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같은 인생의 숙제 같은 질문들을 하느라 머리가 아팠던 지난 6개월. 나조차도 내 고민의 이유와 그 답을 정의 내릴 수 없어 속이 타는 요즘이다. 머리는 복잡하고 삶은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밀려오는데 나는 내가 아직도 철이 덜 든 아이 같다. 그러면서 늘 무엇인가를 잘 만들어내고 싶어 속이 탄다. 여기를 더 깔끔하게 만들고 싶고, 여기를 더 내가 원하는 소재에 맞게 했을걸 싶고, 디자인을 더 기발하고 예쁜 걸 생각해 내고 싶고, 아무튼. 몸은 움직임은 많은데 정작 그리고 만들어야 하는 손이 움직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내 나름대로 방황기라고 정의했다. 그래도 손가락이라도 까딱해보고자, 어찌 됐던 배를 나아가 보고자 바람이 불지 않는 바다 위에서 열심히 노를 젓는 듯한 요즘의 나.
그래도 그 정신없이 봇짐이라도 챙겨서 뛰어나가는 와중에도 누군가 한 명 소소한 내 삶에 등장하여 "나를 이해하고 싶다"라고 말해줘서, 그 말 하나만으로도 그에게 내심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 고맙다, 아직 짧은 만남이지만 늘 힘이 되어 줘서. 그러보면 어쩌면 참 모든 것에는 품이 많이 든다. 마음도, 시간도, 노력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 역시도. 싹을 틔어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수확해 내는 그 모든 과정은 허투루 뛰어넘을 수 있는 일 따위는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았다. 생경할 만큼의, 그토록 생생한 고통이었다 그건 어쩌면.
그러고 보니 귀국 한지 얼마 안 되어 생긴 재밌는 일들을 풀자면 사실 벌써 여러 가지가 생긴 것 같다.
2월부터 지금이니까, 진짜 벌써 6개월이 흐른 셈이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첫째로는 일단 처음은 귀국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본 타로 및 사주가 아닌가 싶다. 서른 초반에 찾아온 인생의 방황, 아니 다시 말해보자면 일종에 자아탐색기 (라고 하자).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자책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사실 여전히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자책하는 어른으로 자란 것 같다. 근데 예전에는 보다 슬펐던 감정에 가까웠다면, 사실 요즘에는 좀 물음표스러운 마음에 가깝다.
나는 왜 맨날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거야 정말, 하고.
인생은 꿈꾸는 만큼 이룰 수 있다는 말은 어쩌면 인간은 생각한 딱 그만큼만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만드는 일로 만드는 삶을 살고, 내가 사랑하는 일에 오로지 몰입할 수 있다면 어떤 궂은일도 해내겠다는 마음이 들었었는데. 우습게도 내가 어떤 일을 사랑하여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조금은 헷갈리는 시기를 맞아버리니 그저 궂은일만 하고 있는 듯하다.
"너 너무 급한 거 아니야? 너는 아직 너의 때가 아니야."
왠지 배우 누군가를 닮은 듯한 타로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인생은 씨앗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것 같다는 아까의 내 문장처럼, 누구나 인생은 꽃이 피고 지듯이 사계절을 지나오게 된다면서. 물론 내가 지나왔던 계절의 정의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으려면 좀 더 현명해지기 위한 숱한 세월들이 필요할 것 같지만, 내 지난 5년을 그 아주머니는 '겨울이었다'라고 정의했다. 힘들었을 거라고 분명. 누군가가 나에게 '너 힘들었지'라고 말해주는 것은 이상하고도 간질간질한 위로를 받고는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타로를 보고 점을 보는 걸지도 몰라. 맹목적인 맹신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보다도, 아마 잔잔히 위로를 받은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근데 수많은 문장들 중에 그 문장이 딱 내 마음에 닿은 것은 어쩌면 나도 일정 부분 공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익어갈 때가 있다. 바보 같을 만큼 서투른 손으로 씨앗을 심고, 물을 얼마큼 주어야 하는지, 햇빛은 얼마나 잘 들어야 하는지도 모를 만큼의 무지에서 시작하여 무엇인가를 참 적당하게 자라게 하는 데는 연이는 실패와 연이은 성공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대로 죽는 게 아닌가 싶게 간다 간다 뿌리가 보이기도 하고, 딱 며칠 물을 안 준 것만으로 풀 죽은 아이처럼 시들시들한 식물은 섬세하고도 예민하게 자라난다. 그건 우리 모두 그렇다. 우리 모두 그렇게 자라간다.
잡초 같은 뿌리에서 멋진 나무가 되려면 또 얼마나 많은 고통과 맞서 싸워야 할까.
근데 이상하지, 그게 그리 싫지 않다. 그동안 배운 것은 그것은 너무 당연하다는 거니까. 각자의 답을 찾아가겠지만, 적어도 나는 내 삶 안에서는 그랬다. 잘하는 것보다는 잘하지 않는 것,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하고 싶지 않은 것에서 우리는 또 배운다. 마침내 성장한다. 그래서 일단은, 적어도 이번 달은 하기 싫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려고 마음은 먹은 8월의 오늘. 이건 사실 다짐 같은 일기다.
다시 이 일기장을 펴서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는
내가 목표했던 것들을 반드시 해내었기를.
중요한 건 꺾여도
그만두지 않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