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성장을 위한 퍼포먼스 마케팅은 존재하는가?
저는 2년차 에이전시 퍼포먼스 마케터입니다. 연차가 모든 걸 말해주진 않습니다만, 제 미천한 경험을 보여주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혹시 제 글이 불편하거나 부족하다면 양해 부탁드리며, 저를 위한 한 마디를 남겨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 그로스 마케팅 등 크게 상이하지 않은 개념들 또한 쉽게 마주할 수 있죠. 마케팅 효과를 측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마케팅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역시 퍼포먼스 마케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터 드러커가 남긴 유명한 구절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어쨌든 대다수 기업들에 퍼포먼스 마케팅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에 인하우스 형태(기업 내부에서 업무를 소화하는 방식)로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다수의 기업은 에이전시 형태(전문 에이전시에 업무를 위임하는 방식)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추측으로는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 성과 책임 부담의 완화, 진행 형태에 따른 ROI 판단 정도로 그 이유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결국 많은 기업이 에이전시를 통해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의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 구조는 광고주에게 장기적인 성장을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본격적 논의에 앞서, 제 상황과 환경 자체가 대표성이 부족할 수 있기에 그것을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업무 범위와 수익구조, 그리고 클라이언트 규모 측면에서 정리했으며, 문외한이신 분들을 위한 추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먼저 업무 범위를 보면, 저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한 소재 제작부터 매체 운영까지 직접 진행합니다. 소재를 광고주가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있고, 매체 운영을 셀프 서빙이 아닌 대대행을 주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만, 모두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업무에 소재 제작과 매체 운영, 이 2가지 축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수익구조는 일반적으로 집행 광고비 X 일정 비율 = 수수료입니다. 국내 매체의 경우 매체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는 등, 세세하게 들어가면 매체별로 다르지만 결국 기본 골격은 위와 같습니다. 가끔 예산이 매우 적은 경우에는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보통 에이전시에게 광고비는 절대적 매출의 기준이 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은 클라이언트의 규모입니다. 제 경우에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주 클라이언트입니다. 간혹 대기업 클라이언트도 있습니다만, 광고 대상을 특정한 서비스나 상품에 국한해 진행하는 편입니다. 클라이언트 규모에 따라 예산의 확정 여부가 큰 차이를 보이기에, 이는 에이전시에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대기업은 연간 예산을 미리 정하기에, 그에 따라 퍼포먼스 마케팅 예산도 확정되어 있는 편입니다.
지금의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 구조는 광고주에게 장기적인 성장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저의 이야기, 총 4가지 관점에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수익구조 관점', 두 번째는 ‘업무 범위 관점', 세 번째는 '이해관계 관점'입니다. 그리고 '개인 가치 관점'도 마지막에 덧붙이고자 합니다. 사실 이 관점이야 말로 이 글을 쓰게 만든 동기입니다.
첫 번째, 수익구조 관점
앞서 에이전시에게 광고비는 곧 절대적인 매출 기준이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합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아무리 비딩을 통해 유사 업종의 레퍼런스를 가진, 제안이 훌륭한 에이전시를 선정했다고 한들, 무조건적인 신뢰는 어렵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이전의 성공은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이론과 실제는 항상 어긋나기 마련이죠.
이에 많은 기업이 초기 광고비 투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보통 에이전시에 향후 예산 증액을 약속하고, 초기 예산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향후 성과가 좋아졌을 때, 광고주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광고비 증액 외에도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에이전시에 더욱 효율을 높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광고비 증액에 대한 약속을 계약서에 명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광고주가 나름의 합리적 이유를 언급하면 사실 에이전시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우선 매출 확보가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에이전시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마냥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리소스 투입을 줄이는 것이죠.
광고비 예산과 무관하게, 기본적으로 퍼포먼스 마케팅 프로젝트를 위한 에이전시의 리소스 투입은 갈수록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초기에는 매체 및 소재 세팅뿐만 아니라, 매체 이관 및 연동 작업부터 트래킹을 위한 개발 작업 등 해야 할 것이 수두룩하고, 성과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많은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이에 성과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에이전시는 잠시 휴식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후부터는 성과 안정화를 중점으로 진행하며 조금씩 성과 개선 포인트를 찾아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예산 증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에이전시는 더 큰 성과 개선을 위한 리소스 투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본질적으로 에이전시의 성과 개선을 위한 액션은 광고비 증액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요. 광고주 비즈니스의 성장도 물론 에이전시가 추구해야 할 핵심적인 목표이지만, 제 관점에서는 광고주 비즈니스 성장을 광고비 증액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에이전시 수익 구조에 더욱 부합합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각자의 비즈니스는 필연적으로 정체기에 들어서게 됩니다. 물론 두 주체 모두 이 안정화된 상태 정도로 만족하는 때도 왕왕 있습니다.
두 번째, 업무 범위 관점
매체 운영을 하는 대행사가 소재까지 직접 만드는 것, 사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소재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에이전시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로 인해 에이전시는 끝없는 고통을 받게 됩니다. 소재로 인해 광고주와의 불필요한, 그리고 소모적인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업무의 큰 2가지 축, 매체 운영과 소재 제작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가시성입니다. 매체 운영을 위한 전략 구상과 수행 액션은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기록하고 있는 성과와 액션 히스토리를 통해 짐작할 뿐이죠. 그리고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에, 광고주로서는 피드백하기 어렵습니다. 하더라도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진행 가능한 영역이죠.
하지만 소재 제작의 경우, 구체적 제작물로서 우리가 모두 확인이 가능하며, 정답이란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대다수 광고주가 소재 제작에 관한 피드백을 중점적으로 진행합니다. 물론 그 피드백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피드백이 사실 성과 개선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분명 도움 되는 피드백을 주시는 광고주도 있습니다만, 대다수 광고주는 분명한 판단 기준을 내리기 어려운, 느낌에 의한 피드백을 합니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면 '텍스트 컬러가 더 붉었으면 좋겠어요', '제품의 상표가 더욱 잘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우리 브랜드 느낌이 아니에요' 등이 있습니다.
물론 위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반복적으로 진행된다면 분명 문제가 됩니다. 성과 개선을 위해 투입할 리소스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작업에 의해 낭비되기 때문이죠. 에이전시 실무자의 의욕이 사라지는 것은 덤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소재 제작은 정말 중요합니다만, 개별 소재의 중요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소재는 철저히 테스트 대상이며, 언젠가 폐기될 소모품일 뿐입니다. 따라서 광고주가 소셜 미디어 콘텐츠에 올라갈, 흔히 말하는 브랜딩 콘텐츠로서 소재를 바라보면 서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업무 범위 관점에서 문제의 원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업무 범위가 매우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목표가 성과 개선이다 보니, 디지털상에서 비즈니스와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 그 모든 것이 개선의 대상이 됩니다. 커머스 광고주 경우에는 특히 상세 페이지가 바로 주요 개선 대상이죠.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아무리 광고로 상세 페이지까지 소비자를 끌고 온다고 한들, 전환이 발생하지 않으면 성과를 개선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에이전시가 직접 상세페이지 개선 포인트를 발굴하고, 어떤 경우에는 제작까지 하죠.
다양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업의 재미 요소기도 합니다만, 광고주가 당연하게 이를 요청하고 또한 그 요청이 성과 개선에 중요하지 않을 때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요청으로 광고주 측 임원에게 매체와 GA를 교육한 적도 있으며, 웹사이트 개선 포인트 발굴 및 제안, 소재 제작을 위한 포토 촬영 등을 직접 진행한 적 이 있습니다. 물론 그에 따라 본 업무가 줄어들지는 않았고, 비용 또한 받지 않았습니다.
이 업무 범위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그로 인해 정작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곧 성과 개선 가능성을 낮춘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세 번째, 이해관계 관점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이란 것도 결국 하나의 비즈니스입니다. 각각의 참여자는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죠. 이 당연한 사실로 인해 비즈니스의 성장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주는 당연히 집행 예산을 최소화하여 에이전시가 최대의 효율을 만들도록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반면 에이전시는 곧 리소스가 비용이기에, 예산 증액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최대한 리소스를 줄일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이를 위한 협상은 각각의 실무자가 고스란히 감내하게 됩니다. 간혹 감정적인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하죠. 그리고 간혹 에이전시의 노하우만 빠르게 획득하고 계약을 끝내려는 광고주도 분명 있습니다. 실제로 경험한 바도 있으며, 프로젝트를 위한 사전 미팅 때 충분히 알아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모든 B2B 비즈니스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입니다. 다만 굳이 이를 여기서 언급하는 이유는 이 퍼포먼스 마케팅이 비즈니스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중심 비즈니스가 아니고서야, 비즈니스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이 가지는 중요성을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즉,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한 퍼포먼스 마케팅 성과가 결국 그 자체로 추구 및 달성되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네 번째, 개인적 가치 관점
제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바, 지금의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 구조는 광고주에게 장기적인 성장을 가져다주지 못한다에서 장기적이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디 에이전시에 속한 퍼포먼스 마케터라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높은 의욕을 가지고 성과 개선을 위한 기대감에 도취해 있습니다. 그것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곧 개인의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초기의 성과 개선을 맛보고 보람을 느끼지만, 결국 위 3 가지 관점에서 언급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게 일을 할 의욕과 동기가 모두 무너지고 매너 리즘에 빠지게 되죠.
간혹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계속 리소스를 많이 투입하고 끝없이 노력하는 실무자도 있긴 합니다만, 제 관점에서는 그것대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효용 없는 노력은 차후에 더 큰 좌절로 올 수 있으니까요. 이전에 읽은 도서,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두뇌 노동을 무료로 제공하는 구조는 그에 관련된 사람들의 인생을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 야마구치 슈
혹 관련 업계에 계신 분들에게는 제가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이며, 이 글은 그저 불평으로만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서두에 저를 퍼포먼스 마케터로 소개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제 직무의 정확한 이름은 그로스 마케터입니다. 실제 업무는 퍼포먼스 마케터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광고주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 끌려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기에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유독 괴리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이상적 수행 방식은 모든 업무를 인하우스 형태로 내재화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비즈니스의 성장을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 물론 현재 상황으로는 어려운 선택입니다. 아직 시장에는 실력 있는 퍼포먼스 마케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죄송하게도 저 또한 막연한 그림만 그리고 있을 뿐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일단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곧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의 그림이 조금 더 알아볼 수 있는 형태가 된다면,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글을 쓴지 6개월 만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나름 찾았습니다.
바로 Top-tier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가를 파트타임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는 많은 클라이언트와 전문가가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고비가 적은 초기 사업체 또한 수준 높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음에 감사하단 말씀을 하시네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새로운 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brunch.co.kr/@blaix/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