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문화

은평구 동네 빵집 취재기

by 늘보

2024년부터 은평구의 SNS 사진홍보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여름, 은평구 수색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이곳에 정을 붙이고 싶었다. 아직은 편하지 않고, 낯선 내가 사는 곳을 알아가며, 애정을 갖고 싶었다.


수색동은 '수색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며 현대식 아파트 단지가 웅장하게 서 있지만,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곳은 아주 낡고 오래된 집들이 같이 섞여 있다.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어울리지 않는 묘한 그림들을, 낯설지만 사진에 담고 싶었다. 앞으로 사라질 수 있는 모습들을 말이다. 내가 발견해내고 찍은 모습을 통해 주변 동네 분들도 내가 사는 곳을 새롭게 바라보고, 더불어 행복을 발견한다면 더욱 바랄 게 없을 것이고.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흐지부지 마음만 먹다 미루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매 달 최소 한 개의 취재를 진행해야 하는 '사진홍보활동가' 업무를 통해 꾸준히 내가 사는 동네를 알아가고, 알리고 싶었다.


2월부터 시작한 활동이 어느새 10월이다. 담당 주무관님과 상의 후 이번 달은 <은동가게> 소식지에 소개된 빵집을 골라 사진으로 담기로 했다. 은평동네가게를 줄인 <은동가게> 소식지에 소개된 0개의 빵집을 모두 검색해봤다. 이미 잘 알려져 있거나, 새로 생긴지 얼마 안된 곳, 대형 공간은 제외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소개된 내용을 보며 두 곳을 선택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볕뉘'라는 곳이다. 이름이 예쁘지만 생소했다. 뜻을 몰라 찾아보니 '작은 틈을 통해 잠시 비치는 햇살'이라는 순수한 우리 말이다. 비록 잠시 비치는 햇살이지만 그런 순간의 따스함을 담고 있는 공간을 만들어 싶어 '볕뉘'라는 이름을 지으셨다. SNS에서 본 글과 사진처럼 공간이 미니멀하고 깔끔했다. 아담한 규모의 공간이라 이곳을 운영하는 사장님께 이것저것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왜 역촌동에 공간을 만들게 되었는지, 사장님이 좋아하는 것들, 현재 만나고 있는 동네 커뮤니티, 준비 과정을 오롯이 담아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곳에 왔으면 빵을 안 살 수가 없지! 베스트 제품인 '숙성 토마토 프레첼'을 사려고 집었는데, 사장님이 그냥 주신단다. 카드를 내밀었지만 계속 사양하시는 사장님. 대신 공간을 멋지게 담아드리리라 생각했다. 프레첼을 집에서 먹었는데 토마토의 향이 너무 새콤하지도 세지도 않으면서 체다치즈와 베이컨, 빵의 조화가 좋았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쿠아레비라는 곳이다. 붉은색 벽돌로 된 따뜻한 외관이 맞아주는 역촌점을 방문했다. 실내는 초콜렛 쿠키 굽는 냄새로 가득차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이 빵집이구나!'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의 최고 인기 빵은 '올리브 마카다미아'와 '소금빵'이다. 박하지만 사진 취재를 마무리하고 나가려는데 주인장, 마토님이 오셨다. 오늘 이 곳을 왜 오게 되었는지, 촬영한 사진들이 어디에 소개될지 설명을 드렸다.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동네빵집으로서 이곳이 소개되는 것도 좋지만, 지역민들을 위해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구산점을 같이 소개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하셨다.


주인장 마토님은 주인의 취향이 명확한 가게들이 많아져야 지역 문화가 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은평구를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지역 내 일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아져야 자부심이 되고 지역민과 소상공인이 서로 상생하는 것이라고.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어! 라고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 '빵'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접하는 우리의 생활 공간 속에서 '일상 문화'를 만드는 것이 동네의 가게로서는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구산점으로 이동했다. 주민들과 기획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먼 갤러리가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곳. 역촌점보다 좌석이 더 마련되어 있고, 따뜻한 빵집 분위기가 나는 역촌점과 달리 좀 더 세련된 느낌의 인테리어다. 빵 라인업은 역촌점과 구산점이 같다.


현재 쿠아레비 구산점에서는 진은영 상문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문장전이 진행되고 있다.

"닦고 치우는 일을 통해서, 나아가 일상을 이루는 크고 작은 일들을 직접 해봄으로써 삶을 갱신하는 것은 예술적인 작업이다."

- 진은영,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P162

이 곳의 문장전은 한 권의 책에서 문장을 뽑아 포스터를 디자인하여 전시하고 책도 판매한다. '문학의 힘'을 믿으며 좋은 문장들이 손님분들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이다.


우리 동네에 더욱 주인의 취향이 확고하고, 동네 사람들과 서로 연결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런 공간들을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럼 나의 매일이 조금 더 새롭고 특별해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