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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뭐 하고 놀까》

6편. 창가 자리, 잠깐 앉는다는 말의 의미

by 라이브러리 파파

오후 2시 43분.


내 머릿속은 텅 비었고

눈은 모니터를 넘지 못한다.

그때 누가 말한다.

“저… 창가 쪽 잠깐 앉아 있을게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자리


사무실 창가 구석,

프린터 옆, 탕비실 옆,

누군가 놓고 간 쿠션 하나 있는 그 자리.


조용히 앉아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누군가 지나가도 묻지 않는다


그곳은 이상하게도

누가 앉아 있어도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왜 거기 있어요?”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다 안다. 지금은 말 걸면 안 되는 순간이라는 걸.




창밖을 본다는 건, 안을 들여다보는 일


차가 지나가고,

구름이 흘러가고,

햇살이 살짝 비친다.


그걸 아무 말 없이

그냥 바라본다.


“아… 나 아직 괜찮구나.”

누구도 안아주진 않지만

잠깐은 나를 다독이는 느낌.




번아웃은 안 온 게 아니라,

이미 왔는데 모른 척하고 있는 것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좀 피곤하네.”

“집에 가면 아무것도 못 하겠어.”


그게 다 신호다.

창가 자리는

그 신호를 알아차리는 공간이다.




잠깐 앉았을 뿐인데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창가에서 10분.

아무도 없는 공간.

조용히 쉬고

심호흡하고

물 한 잔 마시면


다시 책상으로 돌아갈 힘이 생긴다.




누가 “왜 거기 있어요?” 묻는다면

그렇게 말하자.


“그냥, 잠깐 앉아 있었어요.”

그 한마디 속에

모든 게 담겨 있다.




다음

“퇴근 전 10분, 가방 싸는 의식”

— 마음의 짐을 먼저 정리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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