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창가 자리, 잠깐 앉는다는 말의 의미
내 머릿속은 텅 비었고
눈은 모니터를 넘지 못한다.
그때 누가 말한다.
“저… 창가 쪽 잠깐 앉아 있을게요.”
사무실 창가 구석,
프린터 옆, 탕비실 옆,
누군가 놓고 간 쿠션 하나 있는 그 자리.
조용히 앉아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곳은 이상하게도
누가 앉아 있어도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왜 거기 있어요?”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다 안다. 지금은 말 걸면 안 되는 순간이라는 걸.
차가 지나가고,
구름이 흘러가고,
햇살이 살짝 비친다.
그걸 아무 말 없이
그냥 바라본다.
“아… 나 아직 괜찮구나.”
누구도 안아주진 않지만
잠깐은 나를 다독이는 느낌.
이미 왔는데 모른 척하고 있는 것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좀 피곤하네.”
“집에 가면 아무것도 못 하겠어.”
그게 다 신호다.
창가 자리는
그 신호를 알아차리는 공간이다.
창가에서 10분.
아무도 없는 공간.
조용히 쉬고
심호흡하고
물 한 잔 마시면
다시 책상으로 돌아갈 힘이 생긴다.
“그냥, 잠깐 앉아 있었어요.”
그 한마디 속에
모든 게 담겨 있다.
“퇴근 전 10분, 가방 싸는 의식”
— 마음의 짐을 먼저 정리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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