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회사에 정 붙이지 마, 거긴 가족 아니야
“우리는 가족입니다.”
입사 첫 주에 들었던 말이다.
그래서 그런 줄 알았다.
정 붙이면 안 될 곳에 정을 붙였고,
그래도 버티면 알아주겠지 했다.
근데 아니더라.
회사는, 네가 가족처럼 굴면, 더 편하게 부려먹는다.
정 붙인 만큼 상처도 컸다.
“얘는 알아서 하니까.”
“너는 좀 남아서 도와줘.”
“우리 팀 분위기 생각해서...”
그러다 문득 알게 됐다.
나는 회사에 충성했지만,
회사는 내게 한 번도 충성한 적 없다는 걸.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인사평가 시즌,
나는 동료들 야근 도우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팀 전체 실적은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하지만 평가 결과?
나는 B+, 걔는 A+.
이유는 “조용히 일 잘하는 건 알지만, 임팩트는 없었다.”
그 순간 알았다.
회사에선 결과만 보지 않는다.
'보이는 결과'를 보는 곳이다.
슬슬 정신 차리자.
솔직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장님들
팀장님들은
나한테 욕을 할 수도 있겠다.
회사에서 ‘가족 같다’는 말은
'사생활도 업무처럼 요구하겠다'는 선언이다.
“형처럼, 누나처럼 대해줄게”란 말은
계급 없는 노동 착취에 더 적합한 포장지일 뿐이다.
회사는 너를 지켜주지 않는다.
계약이 끝나면, 관계도 끝난다.
퇴사 통보를 하던 날, 상사가 물었다.
“우린 너를 진짜 아꼈는데 왜 떠나는 거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꼈다면, 왜 내 연차도 못 쓰게 했죠?”
“가족이면, 주말에 연락하면 안 되잖아요.”
정말 아꼈다면, 인간으로 대했어야지.
회사에선 때때로 ‘팀 분위기’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한다.
“우리끼리는 말 안 해도 알잖아.”
“이번만 같이 해줘.”
“넌 그런 거 잘하잖아.”
맞아. 잘했지.
그래서 더 많이 시켰고,
그래서 더 빨리 번아웃이 왔다.
그리고 결국, 정든 사람부터 소모된다.
정 붙인 사람은 퇴근 후에도 메신저를 보고,
주말에도 자료를 챙기고,
속이 썩어도 회의에선 웃는다.
왜?
내가 빠지면 민폐일까 봐.
‘가족 같은 팀’에 내가 구멍일까 봐.
근데 그 ‘가족’이 널 보호해 주던가?
냉정하게 말할게.
회사는 '거기서 일했던 사람'일 뿐이지,
'네가 속했던 집'은 아니다.
“오래 다녔으니 정이 쌓였죠.”
그래, 정은 쌓이는데
너 말고 아무도 안 아파.
회사는 기억하지 않는다.
네가 몇 년을 고생했든,
누구를 위해 희생했든.
더 슬픈 사실은
네가 사라지면 3일 후면 다른 사람 들어온다.
그리고 그 사람도 회사에서 '가족'이라 불릴 거다.
그 순환 속에 네 이름은 없고,
남은 건 고생한 몇 년 치 퇴직금뿐이다.
그러니 다시 묻겠다.
지금 그 회사,
네 감정을 다 줘가며 다닐 만큼 가치 있냐?
지금 그 상사,
주말에도 네 시간 빼앗아갈 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냐?
회사에선, 정보다 전략이 먼저다.
마음보다 숫자가 중요하고,
의리보다 성과가 우선이다.
그리고 네가 아무리 애써도
결정은 위에서 한다.
네 진심은 평가표에 기재되지 않는다.
그래서 말한다.
회사에 정 붙이지 마라.
넌 직장인이지, 순교자가 아니다.
계약된 시간에 일하고,
퇴근하면 널 살아야 한다.
야근을 미덕처럼 포장하지 마라.
누구도 거기에 감사하지 않는다.
회사는,
너를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본다.
네가 빠졌을 때 공백이 생기면
그건 시스템의 실패지,
너의 존재감 때문이 아니다.
이제는
네 인생에서 회사를 ‘중심’에 두지 마라.
넌 회사의 부속품이 아니라,
너라는 회사의 대표다.
솔직히 사업체를 운영하는 내 입장에서 더 돌직구를
던지지는 못하지만, 찐 이야기니까 새겨들어
“정 붙이지 마. 회사는 네 감정을 몰라.
거긴 가족 아니라, 숫자로 움직이는 계약서야.
회사에 너를 맡기지 마. 너만 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