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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내수공업

2024년의 기억 1

by 카타

2025년 1월 1일. 똑같은 하루의 시작인데 왜인지 특별히 새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느낌은 아니겠지.


2024년은 참 많이 걷고, 많은 것들을 집에서 해결한 한 해였다.


무엇보다 한동안 의욕이 없어서 손 놓고 있었던 음식 만들기를 다시 시작했다. 작고 소소한 노동은 나를 즐겁게 한다. 귀차니즘에 '이젠 사 먹자!' 했던 생각에서 '집밥이 최고야!' 하는 생각으로 다시 리턴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한동안 1000원짜리 김밥이 유행하면서 구태여 김밥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이유가 있을까 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마트에서 김밥 재료도 제법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집에서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연어를 넣고, 가끔은 새우튀김을, 귀찮을 땐 당근과 계란을 넣고 마트에서 공수한 재료들을 추가해서 김밥을 생산한다.






아침은 간단하게 선식과 사과를 먹고 있다. 가끔은 언니가 달걀이나 토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음식 사진 찍기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플레이팅에 공을 들인 모습이다.




뜬금없이 유튜브에서 추억의 음식을 발견해서 주문해 먹기도 했다. 사실 나에게 대부분의 음식은 곧 추억이다. 오랜만에 과메기를 주문해 먹으면서 아버지 생각, 언니가 구워준 장어를 먹으면서도 나의 소중한 아버지를 생각했다.




어떤 날은 언니가 특별한 음식을 요청하기도 한다. 콜드파스타(파스타샐러드)도 그중 하나다. 토마토, 올리브, 옥수수, 숏파스타, 모차렐라, 가지와 양파를 넣어 만든다. 한솥 잔뜩 만들지만 배불리 먹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건강하게 먹었다고 흐뭇해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칼국수에 쑥갓만 올려도 유명 칼국수집 못지않고, 살이 통통한 등갈비를 사다가 김치와 함께 푹 익히면 맛있는 등갈비가 탄생한다. 돈가스는 구워서 양배추, 케첩마요와 함께 올리면 어느 식당 부럽지 않다.




언니의 요청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튀김을 만들었다. 호박, 가지, 단호박, 버섯, 줄기콩들을 적당히 섞어서 튀겨 놓으면 제법 색감이 예뻐서 만든 보람이 있었다.





무엇보다 비싼 물가에도 굴하지 않고 과일을 다양하게 주문해 먹었다는 점이 나름의 성과라면 성과다. 도넛피치(납작 복숭아), 수박, 태추단감, 딸기, 사과 등 매일매일 과일을 탐색하는 재미가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레스토랑, 커피숍을 탐색하는 일상을 보냈는데 과일을 탐색하는 날이 올 줄이야.




2025년은 어떤 한 해가 될까. 매년 설레는 마음으로 한 해를 계획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조금 다른 마음이다. '시작'을 기대하는 설렘보다는 무언가를 계속하는 마음, 벽돌 쌓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시간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인지 여느 해 보다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1월 1일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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