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지금 삼성전자 사야 하냐고 물었다.

by 젠틀LEE


겨울의 끝자락을 바라보듯 따뜻한 기운이 스며드는 잔잔한 저녁이었다.


따뜻한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고 나는 거실 테이블에 앉아 미국주식 분기 보고서를 훑고 있었다.

그때, 펀칭볼을 끝내고 운동을 다한 아내가 헉헉거리며 내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아내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고, 화면에는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삼성전자'의 주가 차트가 띄워져 있었다.


아내 : "오빠, 요즘 뉴스 보니까 삼성전자가 다시 들썩인다고 하던데. 우리도 지금이라도 좀 사야 하는 거 아냐?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회사고, 망할 일도 없잖아. 주변 사람들도 다 '삼전'은 하나씩 들고 있다는데 우리만 너무 멀리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아내의 목소리에는 막연한 불안함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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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에게 삼성전자라는 이름은 단순한 기업 그 이상이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 그리고 내 자산을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한 '보험' 같은 존재. 나는 잠시 노트북을 덮고 아내를 바라보았다.


나 : "자기야, 삼성전자가 정말 좋은 회사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야. 그런데 우리 주식 투자하는 목적이 뭐야? 단순히 '안 망하는 것' 때문은 아니잖아. 결국 우리 자산을 키워서, 나중에 우리가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하는 거지?"

아내 : "당연하지. 근데 삼성전자가 오르면 우리 자산도 같이 커지는 거 아니야? 다들 국민주라고 하잖아."


: "맞아. 하지만 투자는 감정보다는 냉정한 숫자의 흐름을 봐야 할 때가 있어. 자, 우리가 등산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삼성전자는 아주 높은 산이야. 이미 정상이 보일 만큼 높이 올라와 있지.

물론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내려올 때의 경사도 그만큼 가파를 수 있어.

우리나라 증시는 주변 상황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거든. '박스피'라는 말이 왜 나왔겠어? 오르락내리락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구간이 너무 길어."


아내는 내 말에 조금 실망한 듯 입술을 내밀었다.

아내 : "그럼 우리는 어디에 걸어야 해? 남들 다 하는 거 안 하니까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래."


나는 아내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아내의 손끝이 조금 차가웠다.



: "자기야,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자. 우리 거실에 있는 TV는 삼성일지 몰라도, 자기가 매일 쓰는 폰은 아이폰이고, 우리가 보는 영화는 넷플릭스고, 이 노트북의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야.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물어보는 건 구글의 제미나이지."

아내 : "그건 그렇지. 근데 그 회사들은 너무 멀리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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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지만, 우리 일상에는 가장 깊숙이 들어와 있어."


: 미국 시장, 특히 나스닥이나 S&P500 같은 지수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몇 번의 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계단을 오르듯 꾸준히 우상향해왔어.

삼성전자가 전교 1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등생이라면, 미국 주식 시장은 전 세계의 천재들이 모여서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연구소 같은 곳이야."


나는 스마트폰을 열어 지난 10년간의 코스피 지수와 나스닥 지수의 그래프를 비교해 보여주었다.

하나는 파도를 타듯 출렁이며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고, 하나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 "삼성전자는 지금 '너무 높은 가격'이라는 부담이 있어. 하지만 미국 시장의 우량한 기업들은 '성장'이라는 엔진을 멈추지 않아. 우리가 굳이 파도가 심한 좁은 강물에서 노를 저을 필요가 있을까? 조금 더 넓고, 물살이 일정한 바다로 나가는 게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 아닐까?"


아내는 한참 동안 두 그래프를 번갈아 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아내 : "오빠 말은, 우리가 익숙한 이름에만 매달려 있지 말라는 거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은 더 넓은 곳으로 흐르고 있으니까."


: "응. 나는 우리가 단순히 '남들이 사니까' 사는 투자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에 올라타는 투자를 했으면 좋겠어. 삼성전자가 나쁘다는 게 아니야. 다만,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맡기기엔 더 단단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사람들이 5만원일때 삼성전자를 안 사다가 갑자기 16만원이 되니까 우르르 몰려들고 있으니 이럴 때일수록 주의해야 하는 거야.


아내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은 걱정이 아니라, 무언가 결심한 사람의 안도감처럼 느껴졌다.


아내 : "알았어. 그럼 우리 그 '넓은 바다'로 가보자. 오빠가 말한 그 미국 바구니(S&P500)랑 기술 영재반(나스닥)에 우리 꿈을 조금 더 실어보자고. 나 이제 삼전 안 사도 안 불안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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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창밖으로 밤하늘의 별이 보였다.


저 멀리 우주로 탐사선을 쏘아 올리고, 인공지능으로 세상을 혁명하는 그 거대한 흐름 속에 우리 부부의 작은 배도 돛을 올렸다. 좁은 문 안에 갇혀 정상을 바라보기보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



우리는 그날 밤, 삼성전자라는 익숙한 이름을 내려놓고 '성장'이라는 더 큰 이름을 가슴에 품었다.

비록 눈에 보이는 차트는 숫자일 뿐이지만, 그 숫자들이 모여 우리 가족의 내일을 더 단단하게 지탱해 줄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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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 마디]

익숙함은 때로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가림막이 됩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삼성전자를 응원하는 마음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너무 고점인 것은 유의하고 투자의 관점에서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산은 감정이 아니라 성장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는 종목'이 아니라 '계속해서 성장할 시장'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돛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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