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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JAMSIC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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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Sep 10. 2024

취재

그들의 시작

“숨이 안 쉬어져서 죽을 뻔했네. 여기 언제까지 있어야 해?”

방독면을 벗어던지며 카메라맨에게 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찍고 바로 서울로 올라가면 될 거야.”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지렁이들이 널려 있었다. 

하지만 타들어가는 햇볕에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며 타들어가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방독면을 벗은 아나운서는 바닥에 널려있는 얇고 긴 가지로 지렁이를 들어 올렸다. 

지렁이는 균형을 잡지 못한 채 얇은 나무 막대기에서 자꾸 떨어졌다.


“아이씨, 살려주려고 그러는 거잖아. 가만히 좀 있어봐.”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다 알정도로 지렁이를 막대기로 위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지렁이는 나무 막대 위에서 새끼뱀이라도 된 듯 몸체를 흔들며 꿈틀거렸다. 지렁이는 움직였지만 그 움직임보다도 더 빠르게 휘둘러진 막대는 댐이 있는 호수로 던져졌다. 지렁이는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살려주려고 들어 올렸는데 진한 말차색과 기름이 섞인 것 같은 녹조에 지렁이를 던져 버리고 만 것이다.


지렁이가 빠진 쪽에는 물회오리가 돌기 시작한다. 

독 밑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호수는 물 회오리를 감으며 밑이 드러나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저기 좀 카메라로 찍어봐.”

방독마스크의 고리를 뒤통수에 서둘러 걸쳐 쓰고는 물구멍이 둥글게 돌아가는 곳으로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찍고 있어? 저걸 찍어야 해.”

“네네… 찍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아깝네요."

믹서기 안에서 빙빙 도는 모양 같던 회오리 녹조라테는 잠잠해졌다.


“별거 아니었나 보네 “


녹조 기름 위에 떠 있던 지렁이가 녹아내리더니 스르르 연기로 변했다. 방송에 나온 말처럼 녹조 속 독소가 지렁이를 녹여 연기처럼 만든 거 같다. 하얗고 부스스한 연기는 바람을 타고 방독마스크를 쓴 기자를 스쳐 지나간다. 기자의 와이셔츠 소매깃 단추 사이로 연기가 스며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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