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딛고) 출전할 수 있게 된 춘천마라톤 풀코스
올 초 나의 몸을 [도자기 제작과정]에 비유해 보면 어디서 퍼 날렀는지 모르는 흙과 같았다. 어디서 퍼 온 흙인지 몰라서 그 흙의 성분을 따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흙 성분을 모르니 질그릇이 될지, 사기그릇이 될지 모르겠더라. 목표가 있어야 뭐라도 만들 텐데 존재 자체가 어디서 퍼 나른 흙인지 모르니 우선 반죽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만들고자 하는 것은 완성된 도자기(풀코스 나가기)였는데 그 종류를 감흠하기 어려웠다. 올초(2024년 5월) 바다의 날 마라톤에 나가 5킬로 달리고도 부상부위에 신호가 왔다.
‘대체 어디가 안 좋아서 아픈 거야?‘
개탄을 했던 기억과 동시에
'이제 5킬로 정도는 조깅으로 가능하겠네.'였다.
그 대회 전까지는 걸었고 달리기는 좀 어려웠다. 부상 원인을 모르니 폭탄을 안고 달리는 기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 완성된 도자기(코스 완주)를 만들 수만 있다면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간 그러기 위해서는 채취한 흙을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일주일에 딱 두 번 정제과정을 거쳤다.
달리기 클럽에 가서 딱 두 번만 운동했다. 그 이상은 무리가 오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보니 욕심도 없었다.
부족함을 알려고 노력했고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불필요한 것이 있으면 걸러내려고 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추가해 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면서 헬스장을 등록했다. 그렇게 올초는 흙 치대는 일만 계속했던 것 같다.
도자기(풀코스 완주자)가 되기 위해 이리 치대고, 저리 치대고 계속 치대다가 확실히 그릇으로 갈 수 있겠다 생각했던 것은 한 여름에 ‘30킬로 거리주’를 완성시키고 난 후였다. 도자기 형태 잡기를 하듯 30킬로 거리주를 하면서 ‘하반기 풀코스 완주는 할 수 있지 않을까?’로 생각이 바뀌었다. 올해 유난히 더웠고, 힘들었어서 30킬로 거리주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래도 하고 난 후에야 ’ 이제야 나도 그릇이 될 수 있는 흙이 되었구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 물레를 사용해 도자기 형태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듯, 포인트 수업을 하면서 조깅을 넣었다.
이것이야 말로 도자기의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이때도 완성품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들긴 했다.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 필요한 도자기 제작처럼 나의 달리기는 언제 어디서 부상이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도자기 초벌구이까지 온 것 같다. 두 개의 대회(국제국민마라톤, 서울레이스) 하프를 치르고 나서 달리고도 몸이 아프지 않음에 행복했다.
최근 회복 조깅하다 발목이 꺾여서 걱정했는데 잘 넘어간 것 같다. 위에 말한 것처럼 이유 없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은 항상 놓여있다. 그래서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지금 나의 도자기는 건조시키고 있다. 한 주간은 유약을 바르듯 몸을 잘 다스려서 대회에 나가면 되겠다. 가마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떤 그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올초만 해도 그릇 형태(풀 완주)만 되길 바랐었던 나였다는 것을 잊지 말자.
'초벌을 굽고 나니 고급 백자를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란 희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뜨거운 불구덩이 가마에 들어가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온전히 그 시간을 버텨내고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결과에 당황해하지 않기로 한다. 깨질 수도 있지만 완성된 그릇은 되어 나올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