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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JAMSIC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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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Oct 23. 2024

장선생

아버지께선 대대손손 간장 명인이셨다. 사촌들은 소금을 다루고 계셨다. 

우리 집에는 들어갈 수 없는 창고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장과 소금이 가득 차 있고 비법서가 있다고 들었다. 어디서 듣기만 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스무 살이 되는 해에 대대 손손 내려오는 간장과 소금 비법을 알려주신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소용없는 말이다. 

이런 간장 장사는 내가 물려받지 않을 건데…. 부모님의 희망이 크시기도 하다. 


가끔 친척들이 모여서 비법서 이야기 할 때마다 부모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비법서를 받긴 했어도 수련을 받거나 사용해보진 못했다고 했다. 한 번도 써보지 못한 게 다행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날은 장 씨가 평온하게 뉴스를 보고 있었던 날이다. 

방독면 쓴 기자가 인상적이었던 날이다.


“다음 뉴스입니다.”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인해 인도를 들이받아 산책 중인 6명이 죽었다는 속보였다.

보기 싫은 뉴스만 나와서 장 씨는 티브이를 꺼버렸다. 


비법을 전수받지는 않았지만 비법서가 궁금하기도 하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에 창고에 가봤다. 창고에 가보니 허름한 책 한 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게 비법서라니.. 시답지 않네.”


오래전 지렁이는 인간계의 물을 마시고 인간으로 변해 세상을 흉흉하게 만들었다는 글이었다. 

뒤숭숭한 세상을 세 명의 사람이 바로 잡는다는 흥미진진한 글이었다. 

그중 한 명이 간장과 소금을 담당하고 있는 장씨네 가족이라고 쓰여 있다. 


‘간장 비법과 맑은 소금을 만드는 곳이 우리 집인 건가?’ 


간장은 지렁이 인간의 피부를 부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소금은 지렁이 피부 수분을 흡수해 몸을 말리게 하는 역할이었다. 비법서에는 지렁이 인간에게 간장을 뿌려 능력을 무력화시키고 마지막에는 소금을 뿌려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장면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에이 이게 무슨 말이야. 말도 안 돼.”


무슨 지렁이가 인간으로 변해서 세상을 혼돈에 빠트린단 소리인가.” 


비법서 끝에는 세상이 지렁이로 인해 어지러울 때 김 씨와 권 씨, 장 씨가 인간이 된 지렁이를 잡는다고 쓰여 있었다.

“설마… 내가 장 씨인 건 장을 담가서 장 씨가 된 건가. 말도 안 돼.”

그러면 김 씨와 권 씨는 어디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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