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아내는 너무 놀라 뒷걸음치다 넘어져 엉치가 아려왔다.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고통보다 눈앞에 펼쳐지는 공포스러운 소리에 모든 감각이 닫혀 버린 것 같다. 열 손가락들이 경직된 체로 마루 바닥을 짓누르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화장실에서 들리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는 기자 남편과 또 다른 사람이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현관문 밖에서는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문 좀 열어보세요. 여기인 것 같은데… 문 좀 열어보세요.”
현관문 밖에서 투박하게 들리는 현관문 문 두드리는 소리에 아내는 화장실 문과 현관문을 번갈아 보면서 공포와 안도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엉치의 고통은 잊은 지 오래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기자 아내는 앉은 상태에서 뒷걸음쳤다. 현관문 쪽으로 고개를 뒤로 돌려 현관문이 두들기는 소리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문을 열고 도움을 청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화장실 문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꾸에에엑~ 도망~ 가~ 너는 내게 잠식 되었~ 도망~ 내 거다~ 꾸아엑”
화장실의 문이 부서지면서 열렸다. 힘을 조절하지 못하는 무언가의 힘에 화장실 문이 부서지면서 열린 것이다. 기자 아내는 현관문 열림 버튼을 돌려서 현관문을 열었다. 화장실에서 검게 변한 무언가가 열린 현관문을 통해 나가 버렸다. 밖에서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던 사람이 검은 존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검은 존재는 쏜살같이 복도를 향해 달려 나갔다. 기자 아내는 스쳐 지나간 그 존재를 넋이 나간 상태로 바라봤다. 무엇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나를 스쳐 지나간 것이 남편이었는지 무서운 힘을 가진 검은 그림자였는지.
검은 존재는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달려 복도 끝에 있는 비상구 문을 열었다. 뒤 따르는 김 선생은 팔을 힘 있게 치며 검은 존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검은 존재는 비상계단을 성큼성큼 두 칸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 선생도 그에 못지않은 피지컬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손을 뻗으면 금세 잡힐 것만 같다. 검은 존재는 계단을 빠져나가려고 비상문을 열었다. 열린 문을 따라 들어간 김 선생은 검은 존재의 뒷덜미를 잡아채고는 말했다.
“너 누구냐?”
멍한 눈, 고개를 돌린 그는 텔레비전 속에서 봤던 기자였다.
“어떻게 여기 있는지 알았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너는 세상에 다시 나오면 안 되는 것들이다.”
“것들….? 나 같은 것들이 또 있단 말인가.”
“그거야 알 것 없고… 어쨌든 너는 그 사람 몸에서 빨리 나와줘야겠어.”
“너는 나의 기운만 감지할 수 있고 나를 어찌할 수 없는 것 같구나. 앞으로 이 세상을 혼돈 속으로 빠트릴 것이다. 세상은 한 없이 죄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이고, 인간들은 본인들의 죄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야. 우리가 다시 돌아온 건 모두가 인간들이 자초한 일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인간들이 자초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