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시기, 부모는 전지전능한 존재입니다. 어린 아기는 하루 종일 부모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기가 울면 부모는 먹을 것을 주고, 알아서 씻겨주기도 합니다. 또 같이 놀아주고 재워주기까지 하니, 아기 입장에서는 슈퍼맨 혹은 신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이 도저히 할 수 없는 힘들고 성가신 일을 모두 해결해 주는 대단한 존재. 그런 존재가 바로 부모인 것입니다.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여 아동기가 되면, 부모가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전지전능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아들에게 아빠인 저는 자연스러운 모방의 대상이자 롤모델이 됩니다. “아빠 같은 멋진 사람이 될래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때,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경험적으로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정도 앞두었을 때, 아빠는 여전히 대단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라이벌로 인식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씨름으로 아빠를 이겼을 때의 표정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했고, 태권도 역시 아빠를 이기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아빠는 이제 경쟁 상대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씨름이나 보드게임 같은 놀이를 할 때, 물리적으로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단숨에 제압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약간 이길 듯 말 듯한 느낌으로 상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계속해서 이겨버리면 아이에게 반복되는 좌절을 안겨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연기력도 필요합니다. 씨름을 할 때도 봐준다는 느낌 없이, 아들이 힘을 쓸 때 자연스럽게 넘어가 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이렇듯 라이벌의 역할을 잘 해내면, 아이들은 힘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고, 사람들과 협동하거나 함께 어울리는 방법 등을 자연스럽게 익혀 나가게 됩니다.
아이가 더 성장하면 부모와 좀 더 대등한 관계가 될 것이고, 성인이 되면 신체적·인지적 능력이 부모를 뛰어넘는 순간들이 분명히 찾아올 것입니다. 이렇듯 아이들이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발달 과정에 따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은 나이보다 자녀를 더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중대한 역할 중 하나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때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꾸만 더 주려는 양육이 아니라, 발전하는 자녀의 모습을 시기에 맞게 인정해 주고 뒤로 물러나 주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아들에게 슈퍼맨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늙은 아버지로 변해 갈 것입니다. 자녀가 또 한 뼘 성장했을 때, 가장 먼저 알아봐 주고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이들의 부모인 독자 여러분 자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