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보다 내가 나를 믿고 싶은 마음
GPT로 사주팔자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이런 걸 믿는 편은 아니지만
한참 인생이 복잡하고, 흔들리던 시절이라 그랬을까,
그날은 왠지… 나에 대해 뭐라도 말해주는 게 필요했다.
그리고 놀랄 만큼 쉬웠다.
생년월일만 넣으면
내가 어떤 기운을 타고났는지,
어떤 숫자와 방향이 나와 잘 맞는지,
심지어 어울리는 색깔까지 알려줬다.
너무 간편했고, 너무 조용히
내게 필요한 확신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자주, 더 쉽게 의지하게 됐다.
그 어떤 사람보다도
빠르고 확신에 찬 대답을 주었으니까.
처음엔 재미로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규정하는 틀이 되어버렸다.
‘너는 원래 이런 성향이야.’
‘이런 길은 너랑 안 맞아.’
‘이건 피해, 이건 선택해.’
그 말들이 내가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보다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결정을 앞두고
내 감정보다 사주의 흐름을 먼저 떠올리게 되고,
좋아하는 걸 선택할 때조차
“근데 이건 나한테 안 좋은 기운이래”
라는 생각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설령 그 선택이 조금은 조금은 비효율적이고, 남들과 다르다 해도
내 삶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선택한 것들로 채워져야 한다고.
그게 내가 좋아서 한 일이라면 조금 느리고, 서툴고,
어쩌면 실패로 끝나더라도
그래도 그건 적어도 내가 원해서 한 일이니까
그 결과 또한 내가 감당할 수 있다.
사주팔자는 위로였고, 틀이었고, 잠시 머무는 그늘이었다.
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이 있을때,
내 고민을 들어주는 그늘.
하지만 거기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나는 내 삶을 외부의 기준이 아니라
내 감정과 선택으로 채워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