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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다, 갑자기 만난 자갈길

님아~ 예고 없이 돌변하지 마오!

by 메이더그린

“유텬 가기 씨로!!! 으앙~”

다섯 살, 9월의 어느 날부터

아침 알람처럼 반복되던 말.


육아가 체질이라며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던 나,

그 힘이 스르륵 빠지기 시작한 건

27개월부터였다.


그전까진 ‘잘잘잘’의 연속이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고…

첫 육아인데도 지인들이 상담을 해올 정도로

난 꽤 괜찮은 엄마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김… 내가 뭘 안다고..)




하지만 아이는 달랐다.

원래 까다로운 기질이었지만

(그 계기로 상담을 받아보길 정말 잘한 듯..)

나랑만 있을 땐 미처 몰랐던 것.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내 ‘계획’만 앞섰다.

12월생이라 27개월이지만 서류상 네 살이었고,

다섯 살엔 유치원에 보내려 하니

네 살에 어린이집으로 단체생활을 미리 연습시켜야겠다고

스스로 타당성을 부여했었다.


그 결과, 한 달 넘게 신발이 필요 없었다.

내가 안아서 데려가면 선생님이 바로 안아서 교실로…

매일매일 폭풍 오열.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정원 7명 중 6명이 재원이라

선생님이 많이 살뜰히 챙겨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울지 않고

스스로 신발을 신고 교실로 들어갔다.

아직도 생생하다.

꿈인가 싶었던 그날의 감격.




그리고 다섯 살,

계획대로 유치원 입학!

하지만 또다시 시작된 등원 전쟁.

며칠 울다가 점차 적응하나 싶었지만

여름방학이라는 대재앙이 찾아왔다.


방학 동안 함께한 즐거운 기억은

아이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지 못했다.

눈뜨자마자

“유텬 가기 시로…”

“유텬 가기 시로…”

“유텬 가기 시로…”


결코 물러서지 않는 아이의 마음.

며칠 쉬어보자고 했고,

그제야 환한 얼굴로 돌아온 아이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아, 이 아이는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구나.”


말로 다 표현 못 해 몸으로 보여주던 아이의 마음.

이제야 내가 알아준 거다.

육아 계획에 아이보다

내 욕심이 더 들어있었던 건 아닌지…

며칠을 자책하며 결심했다.

다시 가정보육을 하자.




그 시기, 진짜 큰걸 배웠다.

육아는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라는 걸.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길 바라기보다

함께 호흡하고, 함께 자라는 게 육아라는 걸.


그리고 지금,

그 자갈길을 함께 건너온 아이는

초등학교 생활을

“적응”이라는 단어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아주 잘 해내고 있다.

행복 지수 최고의 자칭(?) 인싸로

매 학기마다 임원 선거에 나가기 바쁜

파워 EEEEE시다….


계획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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