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는 연습
다른 사람에게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나에게는 커피 한 잔이 그랬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커피 한 잔을 끝까지 마셔 본 적이 없다. 그 흔한 자판기 커피 조차도...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고등학생 때는 어른들이 머리 나빠진다고 마시지 말라 해서 안 마셨고 대학 다닐 때는 커피 보단 술 마실 일이 더 많아서 안 마셨고... 커피 값 보다 술 값이 더 쌌고, 비용대비 효용성?측면에서 술을 따라가지 못 했다.
물론 가끔 커피숍에 갈 일이 생겨서 시켜는 봤지만 커피향을 맡으며 기대했던 바에는 훨씬 못 미치는 맛으로 나에게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상상 속의 맛이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커피를 시키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시킨 커피의 향을 맡아보며 좋아라하는 이상한 취향이 돼버렸다.
그리고 좀 더 세월이 흘러 진짜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졌을 땐 내가 아주 심각하게 카페인에 약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커피를 단 몇 모금만 마셔도, 심지어는 커피사탕만 먹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이루지 못 했다.
물론 나의 예민함은 커피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녹차, 홍차, 콜라, 초콜릿, 바카스, 특정 성분의 진통제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카페인이 조금이라도 들어있는 것에는 모두 반응을 보였다. 나는 이런 내가 참으로 불편하고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하는 내게 주변 사람들은 술도 날마다 조금씩 마시면 늘듯이 커피도 날마다 조금씩 마셔 버릇하면 분명 늘 것이라며 조언을 했고 나도 그 조언에 따라 날마다 한 모금씩 마셔보았으나 시간이 지나도 커피의 양은 전혀 늘지를 않았고 나의 불면의 밤도 계속 됐다.
그러길 일주일...
대체 커피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건가.
난 커피 마시는 연습을 포기했다.
요즘도 많은 사람들은 밥을 먹고 나면 당연한듯 커피 한 잔을 권한다. 거절하기 어려운 자리라면 억지로 몇 모금 들이키는 시늉이라도 해야한다 그들의 호의가 때론 불편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 사람을 홀릴듯한 커피향을 맡으면 커피 맛을 모르는 내가 싫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의 예민함 덕분에 더 많은 종류의 차를 알게 됐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