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을 하고나면, 발표할 일이 참 많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도 발표를 해야하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도 발표를 해야한다. 특히나 정부사업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겪게되는 것이 발표평가이다. 서류평가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발표평가에 나서게 되더라도 ‘내가 만든 발표자료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일까?‘하는 불안감을 갖게되면서 발표전날까지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발표자료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10가지 유의사항을 지키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 작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1. 첫 페이지로 승부하라.
첫 페이지는 심사위원들이 발표자의 등장전에 가장 오랫동안 보는 페이지이다. 그래서 첫 페이지의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아주 드라마틱한 디자인으로 도배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사업아이템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배경 디자인에 뭍히지 않을 강렬한 ‘제목‘이 필요하다. 사업 내용을 한줄로 설명할 수 있는 바로 그 ‘제목‘이 적절한 폰트로 배치되어 있어야한다. (제목정하기는 https://platum.kr/archives/160534 칼럼 참조)
첫 페이지에는 소속기관, 발표자 성명과 직함 그리고 연락처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해당 발표자료는 언제 어느곳으로 흘러들어갈지 모른다. 따라서, 빈병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띄워보내는 자세로, 누군가가 이 자료를 보고 마음에 들었을때 연락이 올 수 있도록, 위 정보들을 첫 페이지에 표시하도록 하자.
2. 로고를 반드시 상단에 배치하자
많은 발표자들이 실수하는 것인데, 로고를 반드시 상단에 배치해야한다. 기왕이면 상단 우측이면 시각적으로 더 좋다. 심사위원들은 하루에도 수 십명의 발표를 접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하루에 10개 이상의 발표를 듣다보면 ‘이 팀이 그 팀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측 상단에 로고가 없으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초심자들은 대부분 구글이나 네이버 등에서 검색해서 구한 자료들을 발표자료에 붙이고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사위원 입장에서 ‘회사의 로고‘가 없는 장표들을 보고있으면 그냥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발표자료에는 반드시 ‘우리 회사 로고‘를 넣도록 하자.
3. 페이지번호를 누락하지 말 것
페이지번호를 누락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페이지번호는 우측하단에 넣는것이 좋다. 페이지번호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페이지번호가 없으면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Q&A 시간에 어느 페이지에 무엇을 물어봐야할지 기억하기가 어렵다. 심사위원도 인간이다. 집중력에 한계가 있다. 집중력이 흐려지는 시간에 페이지수 표시가 없는 발표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발표들을 보면 ‘기본도 안되어있나‘라는 회한이 들게된다. 게다가 발표가 끝나고 질문을 하고싶어도 ‘몇번 페이지‘의 어느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해야하는지가 난감하게 되는 것이다. 발표자료를 준비하면서, 절대로 페이지번호를 누락하지 말자.
4. 진정성있는 스토리텔링을 위해서, 당신의 경험을 담은 사진을 노출할 것
대기업 출신 창업가들이나, 컨설팅회사 출신 발표자들의 발표를 보면, ‘트렌드‘와 ‘데이터‘를 유독 강조한다. 하지만, 그런것들은 구글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들이다. 심사위원들은 ‘왜’를 따진다. ‘왜 당신 같이 좋은 스펙을 가진 사람이 그 훌륭한 기업을 때려치고 나와서 이 사업을 시작하려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이야기에서 묻어나와야 하며, 구글에서 검색하면 다 나오는 이야기들로 심사위원, 투심위원회를 감동시킬 수 있을거라는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오길 바란다.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은 멋진 장표로 도배된 전략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싶어한다. 당신의 경험을 담은 사진을 발표자료의 전면에 내세워라. 진정성 있게 심사위원들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라.
5. 글자는 크게, 내용은 맛있게
‘나는 다 써놨는데, 너희가 보지 못한것이다. 따라서, 이의신청으로 너희를 응징하겠다.’ 라는 태도를 가진 발표자(정확히는 탈락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심사위원도 인간이기 때문에, 단위 시간당 입력받을 수 있는 정보의 양에 한계가 있다. 특히나 발표자료에 12pt 이하로 기재된 글자들은 심사위원들이 스크린으로 발표자료를 보는 상황에서는 거의 눈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게 맞다. 스티브잡스가 애플 제품 출시때 사용했던 프레젠테이션 만큼 큰 글씨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큰 글씨로 심사위원들의 ‘눈’을 편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자잘한 것들과 상세한 내용들은 부록으로 빼자.
알고있다. 당신의 사업에 대해서 어필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는 것을. 하지만, 정부지원사업이든, 투자유치자료이든, 어차피 중요한 내용은 발표자료의 5 페이지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상세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탈락한것이 아니라, 상세한 내용까지 굳이 집어넣어야 할 정도로 설득력이 없어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글자는 크게, 내용은 맛있게 준비하자.
6. 출처표시를 반드시 할 것
자료의 출처표시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한 자료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아주 쉬운 공격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근거 자료가 좋은데, 출처가 어딥니까?“라는 질문이 나오는 순간 당신의 머릿속은 하얗게되며, 가트너인지 맥킨지인지 알 수 없는 기관의 몇년도 자료인지에 대해서 어버버 하다보면, 발표를 망치기 일수다. 출처표시는 반드시 하자. 근거없는 자료는 없느니 못하다.
7. 어드바이저, 자문위원 잘못 넣으면 낭패
가끔보면 사람으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 필자도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기도 하고, 심사위원을 자주 들어가다보니 가끔 겪는일인데, 내가 알지 못하는 발표팀(스타트업)에서 나를 멤버나 어드바이저로 넣어놓는 경우가 있다. 최소한 양해를 얻었거나 정식으로 자문위원 계약을 맺은 경우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라는 것을 발표자료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Advisor 장표가 사업개발 가능성을 판단할때 나름 중요한 페이지인데, 이부분에 얼굴을 올리는 분들에게는 반드시 자문위원 계약서를 받아놓도록 하자.
8. 동영상은 기관 담당자와의 사전교감이 필수
발표자료에 동영상을 넣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앱 프로토타입을 MHL로 연결하다가 서버연결 실패가 뜨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는것 보다는 신나는 배경음악이 담긴 영상이 훨씬 낫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라서, ‘내 PC에서 돌아가던 영상이 당연히 그쪽에서도 돌아가겠지‘라고 생각한다. 실제 내가 심사위원으로 들어간 자리에서 제대로 동영상이 플레이된 적은 절반 정도였던것 같다. 그나마, 동영상이 제대로 재생되었던 경우는 담당자가 영상의 재생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주는 일잘러였기 때문이었다. 동영상을 발표자료에 포함시킨 경우에는 기관 담당자와 사전교감을 통해서, 원활한 재생여부를 미리 확인하도록 하자.
9. 폰트 포함 저장 또는 PDF
아직도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다. 폰트는 발표자료의 느낌을 결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너무 디자인에 몰입하다보면 실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발표자료에 사용되는 폰트는 2~3가지 종류를 넘겨서는 안된다. 어쨌든, 폰트는 발표자료 파일에 포함되어야 하며, ‘폰트포함저장’ 옵션을 체크하는 것이다. 더 쉬운 방법은 PDF 저장하기인데,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자가 선택할 문제이다. 맥북과 같은 Mac OS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폰트에 대해서 더욱 유의하여야 한다.
10. 감사합니다. 장표
‘감사합니다’ 장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심사위원을 하다보면, 대부분 마지막에 ‘감사합니다‘가 놓여진 페이지를 배치를 하는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발표자료의 맨 마지막 페이지는 심사위원들이 가장 오랫동안 마주하는 장표이다. 마지막 장표를 띄워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오래 띄워지는 장표이다. 따라서, ‘감사합니다’ 보다는 우리 회사를 뽑아야하는 ‘세가지 이유‘를 제시하거나, 여태까지의 발표를 3줄로 요약한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발표자료의 파일명은 [회사이름] 제품 또는 서비스명(주제 짧게)_작성자_작성일_버전(ver1.0).pptx 등으로 파일명만 봐도 내용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제 어느 운영체제에서 검색을 하더라도 잘 검색이 되도록하자. 물론, 발표자료의 형식적인 내용보다는 아이템 자체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기본은 챙겨야 할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발표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필자 소개
엄정한 파트너 변리사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2006년 43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유철현 변리사와 함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엑셀러레이팅’ 회사인 Company Builder 'Company B'를 대표로서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BLT의 파트너 변리사들과 다양한 외부 전문가를 통해 직접투자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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