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록 Sep 04. 2024

영생

유한한 삶으로부터의 안심

끝이 있는 삶을 살기에 우리는 운이 좋다.


그리 말하는 글이나 매체, 사람을 적잖이 보았다. 영원하지 않은 삶이기에 그  소중함을 알 수 있고, 언젠가 끝날 시간이기에 순간을 즐길 수 있으며 떠나게 됨을 알기에 서로를 사랑함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다고.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과 같은 논리인 게 아닐까?

우리 중 그 누구도 영생을 살아보지 않았다. 영생에 대해 아주 깊게 생각해 본 사람조차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섣불리 영생이 우리에게서 소중함을 앗아가기만 한다는 생각은 성급한 추측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생이 유한하기에, 삶이란 게 유일성을 띄기에 소중할 수 있다는 것도 미심쩍었다. 어째서 유일함이 특별함, 그리고 소중함과 동일하다는 걸까. 자갈길의 자갈 하나하나는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지만 특별하지는 않고, 누구에게도 소중하지 않다.


무한한 삶을 산다면 끝없는 시간이 주어진 만큼 고작 100년의 삶으로는 알 수 없는 더 큰 진리를 찾아내서 삶의 소중함을 같은 정도 혹은 우리가 아는 그 이상으로 알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나는 삶이 유한하기에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 낭비의 값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