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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 Sep 08. 2024

S∩예술

2. 과학은 도슨트

Reality, 과학과 S


과학의 창의성은 내가 S에 매료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이 경우의 '창의성'이란 예술에 사용되는 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무언가를 전체적으로 창조한다기보다는 세계는 굳건히 존재하고 그 해석방법에서만 변수를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가운데의 세계는 털끝 하나 건드려지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세계∩예술

그렇다면 이번의 질문은 이거다. 'Reality', 이 '세계'를 창의적이라 부를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아니오."


과학이 해석하려는 그 중심은 'creative'하다고 표현될 수 없다. 왜냐?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창의성이란 '창조'를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는... 누군가에 의해 '창조'되었거나 그 과정에 있는 것인가? 글쎄.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 증거도 없는 말일뿐이다.

그러니 세계는 창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 사실을 깨달은 다음에도 여전히 내 머릿속의 세계와 예술은 닮아 있었다. 왜였을까? 나는 생각을 계속해나갔다.


S∩예술

그림 한 점이 존재하고, 도슨트는 그 작품을 설명한다. 우리의 시야는 넓어지고, 비로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과학은 도슨트의 설명과 비슷하다. 그 창조자가 누구인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자미상이라고 하여 작품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듯이, 창조주의 유무에 관계없이 세상은 버젓이 존재하고 만다.


그렇게 떡하니 자리한 세상이란 그 무엇보다도 커다랗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예술작품 같았다.

세상이 뉴턴방정식이라는 뼈대 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미시세계라는 우리가 알지 못한 세계가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엔트로피의 증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거대하고 웅장한 작품에 대한 도슨트의 설명 같았다. 이 작품에 오류란 없었고 모든 것은 이어져 있었다. 만화 작가가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는 관계에 세계와 과학이 있는 것만 같았다.


다만 무엇보다 거대한 이 작품은 어둠 속의 궁전과 같았다. 인간의 시야에는 새까만 무(無)의 공간으로만 보이지만, 적외선 카메라의 눈을 빌리면 화려한 샹들리에와 웅장한 복도가 보이는 어둠 속의 궁전. '세상'이라 명명된 이 거대한 작품이란 과학의 눈을 빌려야만 볼 수 있는 세계였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황홀한지를 알았을 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세계는 떡하니 존재하고 있었고 아무도 그 아름다움을 탐구하기를 막지 않았다. 나는 과학이라는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게 좋았다. 이것이 내가 과학을 하게 된 두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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