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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수 Sep 21. 2024

무채색(無彩色)

좋아하는 색을 묻는다면

그 전에는 있었지만

이젠 대답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알록달록한 나뭇잎의 연회와

퇴근길을 감싸는 자줏빛 노을을

좋아하던 나였지만


내 마음 속 당신이 가득 차

그 외의 것들이 들어올 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랑에도

장난처럼 나타난 갈림길에서

선택은 나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색으로 가득했던 세상이

안녕이란 말과 동시에 희미해지고

이제 회색빛이 되어갑니다.    


색을 알기 위해 빛이 필요하듯

내겐 당신이 빛이었습니다.


먼저 떠난 당신을 그리며

난 여전히 갈림길 어귀에서

무채색인 세상에 서 있습니다.


여기를 누르시면 인스타 음악과 함께 시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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