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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솔 Apr 22. 2024

산이 뚱뚱해 졌다

산이 내게로

나는 봄의 이 시점을 좋아한다.

메마르고 앙상한 가지로 산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듯한 겨울을 지나

가지에 물이 오른다는 것이 느껴지고 나면 

어김없이 새싹이 돋아나고

가녀린 잎들이 거칠은 가지를 뚫고 나와

나무들은 매끄러워져 가고 

엄마젖을 먹고 아가들이 하루가 달리 놀랍게 자라듯

봄잎들은 빠른 속도로 자라

어느덧 숲을 메우고

저 멀리 있던 숲을 

쑥 밀어

이만큼 떨어져 있는 내게

성큼 다가온다.


어릴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며 뒤돌면

친구들과 함께 다가오고

학생 때 버스정류장에서 무심히 바라보면 

싱그러움 한가득 품은채 인사하고

퇴근길에 어깨를 펴며 고개를 들면

붉은 저녁 노을과 함께 미소짓게 하는

시간을 뚫고 

이 모든 순간을 하나로 이으며

지금도 여전히 내게로 다가오는

봄의 이 시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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