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아버지,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새벽 출근 지하철에서의 단상
아이 돌보며 논문 준비를 하다보니 새벽이 유일한 나의 논문연구 시간이었고 그때부터 새벽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학위받고 직장을 다니면서 지금도 집중해서 할 일이 있으면 새벽 출근을 해서 마무리하는 것이 나의 루틴..어떻게보면 야근을 할 수 없으니 새벽이 나의 초과근무일지도 모르겠다.
새벽 출근할때 지하철을 타면 특유의 매캐하고 찐덕한 체취가 난다. 건설공사 근로자, 청소 근로자들이 특히 공단을 경유하는 지하철은 거의 그런 체취가 일상이다.
몇 년 전만해도 그 체취가 아침부터 맡으니 불편함이 더 커서 이래서 자가용을 타나보다 하는 뭔가 부르주아 코스프레식 생각을 했던것 같다. 오늘은..글쎄..출근 전에 90을 넘긴 노학자 이근후가 자신의 환자를 돌보며 그리고 그가 하루하루 죽음을 생각하며 느끼며 저술한 책의 글귀를 마주하는데..참 인생 별거 없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하철에 몸을 싣었다.
역시나 지하철의 그 체취..그런데 오늘은 불편하지 않다..왜그럴까..하며 스치는 내 아버지의 젊은 날의 체취..나의 아버지는 기계를 다루는 전기,공업기술자였고 옷에 공업용 기름 얼룩이 옷과 손에 베어있었고 그래서 그 체취를 어렴풋이 기억하는데..그 체취였구나..가장의 체취구나..내 자신이 부끄러운 순간이다.
평소에 예의를 우선시하며 생활해 왔지만, 먹물 좀 발랐다고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거만하게 굴었던 어떤 상황이 분명히 있었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새벽 지하철 그분들에게 미안하고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다시한번 죄송하고 사랑한다 되뇌이게 하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