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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후기

업보에 시차는 있어도 오차는 없다.

by 조조할인

*스포일러 없음


4월 4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악연>을 몰아보기 시사회를 통해 전체 에피소드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악연>의 영제는 <Karma>, 즉 업보라는 뜻인데, 여러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일련의 사건 사고들을 이 업보라는 주제로 묶어 그려낸다.


법과 제도를 이용하여 기득권 세력을 저격하거나 사적제재를 통해 악인들을 처단하는 사이다 콘텐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지만, 먼치킨 주인공들이 주는 쾌감은 극을 벗어나서 변하지 않는 현실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빠르게 휘발되고 만다. 그리고 이제 미디어를 통해 악인들을 때리고 부수는 것도 어떤 주제 의식을 가지고 그려내기보다는 그저 하나의 도파민 콘텐츠로 소비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현실 속에서 잘못을 저질러도 그에 합당한 큰 처벌을 받지 않는 것만 같고, 책임감과 직업윤리 등 무형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도 떨어지면서 도덕적으로 사는 것이 손해처럼 보인다. 악은 단순하다. 불법이라도 타인에게 해를 끼쳐도 그저 본인들의 물질적인 풍요나 쾌락을 좇으면 그만이다. 선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은 그게 옳은 것이라고 배우지만 이를 지켜야 할 이유가 과연 명확할까? 그냥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배워서? 아니면 죄를 짓고 나서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서? 혹은 종교인이라면 죽고 나서 천국에 가기 위해서? 이처럼 사회적인 약속과 무형의 가치를 지키고 살아가는 것보다 즉각적인 보상이 따르는 악한 행위가 훨씬 직관적이고 유혹적이다.


<악연>의 주제는 이 삶의 지향성에 대한 부분과 맞닿아 있다.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보법이 다르다. 자세한 것은 스포일러라서 밝히기 힘들지만, 추구하는 가치가 윤리나 양심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악연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진하게 뒤엉킨 인물들이 어떻게 파국을 향해 가는지 여러 반전과 사건 사고를 통해 그려내는데, 어떠한 우발적인 사고가 트리거가 아니라 인물들이 겹겹이 쌓아온 삶의 흔적들이 업보가 되어 스노우볼로 굴러오는 것을 인상 깊게 그려낸다.


업보에 시차는 있을지언정 오차는 없이 본인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주제를 통해 <악연>은 악하게 사는 악인들을 저격하면서 동시에 선한 삶을 지켜온 자들을 품고 위로한다. 물론 <폭싹 속았수다> 같은 그런 따뜻한 위로는 아니고, 마라맛 같은 자극적이고 잔인한 묘사와 뜻밖의 블랙 코미디, 그리고 반전까지 동반한 장르적인 색깔이 강한 시리즈물이다. 내리 여섯 에피소드를 보는 릴레이 시사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적재적소에 캐스팅된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선한 자들이 그저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드라마의 진심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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