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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붉은 눈 05화

5화.

by 여름의푸른색




“그들이 나를 알아보는 걸까?”


나는 운전석에서 내려 차 문을 세게 닫으며 말했다. 뒷좌석에서 내리던 아이가 대답했다.


“엄마 그런 것 같아요”


그들이 우리를 피해 빠르게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손을 꽉 잡았다.

“엄마는 쟤들이 진짜 싫어!”


“엄마, 의외로 영리한 사람들일지도 몰라요.” 아이가 대답했다.

“설마, 내 목소리를 기억하는 걸까?”


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아마도요.”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야외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들은 매일 아침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평소에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우리 집에 들이닥치는 그들을 볼 때마다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베란다에 제멋대로 이상한 물건을 가져다 두기도 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길고 검은 물체들이 점점 베란다 한쪽에 쌓였다. 물건을 가져다 놓을 때마다 나는 그들의 뒤통수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냄새나는 물컹한 물건들도 있었다.


차마 치울 수도 없는 그것을 볼 때마다 나는 두통을 느꼈다. 나는 그들과 정면으로 부딪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잠옷 위에 겉옷 하나를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봐야 했다. 휴대폰 위치 추적기를 켜고 그들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조금씩 그들의 뒤를 밟았다.

두 사람이었다. 회색 코트를 입고 오묘한 색이 감도는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 중 한 명은 계속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다른 한 명은 멀쩡했다. 한 명이 고개를 흔들어도 신경 쓰지 않고 빠르게 걸어갔다. 둘 사이에 조금씩 거리감이 생겼다. 나는 숨죽인 채 그들의 모습을 쫓아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사장이 있었다. 근처에 아무도 살지 않는 작은 공터였다.


둘은 그곳에 새로운 집을 마련하고 있었다. ‘부부인가?’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둘의 거리가 좁혀지는가 싶더니 다시 거리감이 생겼다. 고개를 아무리 흔들어도 다른 한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부부라고 하기엔 미심쩍은 행동이었다. 공터에 있는 집을 보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듬성듬성 지어진 집.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엉성한 모습이었다. 저기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들이 사는 곳을 확인한 것만으로 오늘은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위치주적기에 이곳의 위치를 표시한 뒤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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