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 거울 앞에 섰다.
갑자기 등 뒤가 서늘하긴 했지만 오른쪽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세면대 위에 있는 거울로 시선을 옮겼다. 몸은 얼었지만 눈동자는 움직일 수 있었다. 입술에 살짝 힘을 주어 앙다물었다. 그리고 거울로 욕실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왼쪽, 왼쪽 위,오른쪽 위, 오른쪽 아래. 거울은 눈으로 직접 보는 것보다 더 많은 면적을 볼 수 있게 했다. 나는 세면대 앞에 서서 시계방향으로 눈알을 굴렸다. 이상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나는 거울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똑-
붉은 눈물이 떨어진 곳은 여전히 희뿌연 연기가 자욱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절반은 붉게 절반은 정상적으로 보였다. 코끝 위에 눈알 하나가 올려져 있었고 나머지 눈알들은 그 주위를 빙 둘러 마치 나를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었다. 눈알은 진득한 액체가 감싸고 있었고 사람의 눈과는 다른 붉은색 동공이었다.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 몸과 깜빡일 수 없는 한쪽 눈. 이마를 타고 흐르는 한 줄기 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눈알들 때문에 나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여전히 소파 위에 누워있었다. 담요도 머리까지 덮여있었다. 나는 욕실에서 어떻게 소파로 돌아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한쪽 눈언저리가 뻐근하게 느껴졌다. 양쪽 눈을 여러 번 떴다 감았지만, 욕실에서 시야를 가리던 붉은 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 꿈이었구나.’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서서히 잠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개의 장면이 섞이고 부서지고 다시 조립되고 있었다.
‘당신은 미쳤어, 미쳤어’
'그..그그....그그그...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