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2부✧예의 있는 반항✧빛을 잃은 일상의 언어33화

뒤엉킨 리듬의 밤

가을 초입의 하늘은 아직 여름의 잔열을 품고 있었다.
붉은 햇살이 도심의 유리벽에 반사되어 흔들릴 때,
재하는 외곽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아버지의 일, 법과 관리비의 문제,
그리고 그 속에서 본 세상의 구조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달리는 동안 그는 그 모든 것을 되짚었다.
엔진의 진동과 음악의 리듬, 그리고 바람의 속도가 하나로 어우러지며
혼란의 매듭이 서서히 풀려갔다.

‘이제는 내가 선택한 길로 나아가자.
내가 주도한 나의 삶을 바꾸자.’
그는 조용히 되뇌었다.
그 다짐은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한 게 아니라,
스스로를 일으키는 주문이었다.

시계는 오후 다섯 시 반을 가리켰다.
해는 기울고, 붉은 빛이 창문에 비쳤다.
그는 도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빛과 그림자가 겹쳐지며,
삶의 리듬이 다시 맞춰지는 듯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삶의 철학과 이익의 철학이 공존하는 공간 — Philosophy였다.

필로소피의 문을 밀자,
실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낮의 열기와 저녁의 냉기가 뒤섞인 향.
재하는 거울 앞에서 유니폼을 단정히 여몄다.
피로가 남아 있었지만, 눈빛은 단단했다.

“형, 아버지 일은 잘 해결됐어요?”
민규가 다가와 물었다.
재하는 옅은 미소로 짧게 대답했다.
“응, 이제 좀 정리됐어.”
그 말은 담담했지만, 마음속엔 새로운 결심이 깃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