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언어
새벽은 고요했다.
하지만 어제의 고요와는 결이 달랐다.
공기 속에 어제와 오늘이 미묘하게 섞여 있었다.
눈을 뜬 재하는 낯선 천장을 한참 바라봤다.
벽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줄기가 어제보다 조금 더 부드러웠다.
조용한 새 공간은, 그 자체로 새로운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소파 위에는 성우가 담요를 덮은 채 옆으로 누워 있었고,
침대 위에는 민규가 팔을 베고 자고 있었다.
바닥의 매트 위에는 자신이 누워 있었다.
이사 첫날, 다 정리하지 못한 박스들 사이에 놓인 세 사람의 호흡이 일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 리듬이 묘하게 안심이 됐다.
‘아… 이게 집이구나.’
그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삶이 잠시 머물러도 괜찮은 공간.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는 조용히 주방으로 갔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냄비에 라면 세 개를 넣었다.
냄비 속에서 면발이 천천히 풀려나갔다.
라면 냄새가 퍼질 즈음, 커피를 내렸다.
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 사이에 희미하게 어제의 향이 섞여 있었다.
서연 점장이 건넸던 커피의 잔향이었다.
직접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그 향은 은근하게 스며 있었다.
“커피 냄새가 집이 된다.”
그녀의 말이 어쩐지 새벽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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