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순응하는 삶의 교훈과 시
『과수원』은 사디가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깨달은 바를 교훈적 서사시 형식으로 써낸 시집이다. 그는 자신이 깨달은 진리들을 열매에, 그것들을 발견하는 과정을 열매를 수확하는 것에 비유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이 『과수원』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과수원』은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디는 이를 두고 '과수원이라는 부의 궁전을 지으면서 10개의 교훈의 문을 설치했다'라고 표현했다.
정의, 자비, 사랑, 겸손, 초연, 만족, 교육, 감사, 회개, 기도
여기서 '초연'은 삶의 집착에서 벗어나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로, 체념, 수용, 순응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이 10가지 교훈은 루미의 교훈과도 거의 들어맞는다. 특히 사디의 작품들에서는 운명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기보다는 초연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조한다. 다만 운명에 순응함과 동시에, 도덕적 선택을 통한 교훈 실천을 강조한다. 특히 겸손과 만족을 이야기할 때 그러한 의미가 두드러진다.
이렇게 운명을 강조하는 사디의 작품들은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한다거나, 노력으로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능동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근원인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가 갖는 특징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이들은 유일신을 섬기는데, 이 유일신은 전지전능하므로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모르는 것이 없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이미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며, 이에 유일신앙은 자연스레 운명론, 결정론으로 해석되곤 한다. 유일신 종교에서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대한 논쟁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 첨예한 주제다. 운명을 중시하는 측에서는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기보다는 주어진 삶 안에서 기도하고 회개하여 내세를 기약하는 자세로 삶을 대할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은 사디의 교훈과도 맞닿아 있다. 신을 섬기며 신이 주는 모든 행복과 고통과 즐거움과 시련을 받아들이고 겸손하고 인내하며 만족과 사랑 속에 자비를 베풀라는 가르침이다.
『과수원』의 많은 이야기들에는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교훈부터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는 자잘한 도움말에 이르기까지 읽는 이에게 가르침을 주는 내용들이 많다. 앞서 언급된 10가지의 교훈이 삶에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성실히 따르기가 어려울 뿐이다. 이야기와 시를 통해 자주 보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서 이 교훈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과수원』과 『마스나비』는 그 교훈들을 삶 속에서 끊임없이 환기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