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

프롤로그

by 시오

몸은 깨어있지만 뇌는 아직 잠들어 있는 시간, 이미 뜨거워진 여름의 햇빛을 받으며 역으로 뛰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데 안내 방송이 들린다. 발을 멈추지 않은 채 뒤돌아 보니 멀리서 달려오는 열차가 보인다. 헐떡거리며 계단을 올라 카드를 잽싸게 탭 하고 서둘러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다다다닥, 서둘러 뛰어 내려가는 발들이 계단과 부딪히며 여느 때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었다. 플랫폼에 들어선 열차가 소리를 내며 문을 연다.

다행이다. 오늘도 아슬아슬하게 열차에 몸을 싣는 데 성공했다.

북적이는 열차 안, 언제나처럼 혹시 빈자리가 없는지 두리번거리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빛을 내는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붉게 빛나는 모래 언덕, 그 위에서 사막의 붉은빛을 받은 보름달은 사막과 닿을 듯했다. 그리고 오른쪽 구석에 단 하나의 메시지, Mungo.

지구 멸망의 날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아직 커피도 마시기 전인데 나의 뇌는 점점 깨어나고, 사막처럼 건조했던 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Mungo가 도대체 뭐지?

두려우면서도 경이로운 광경을 담은 사진에 당장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은커녕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사막지역으로 가득한 드넓은 국립공원 안에 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딱 하나 있었다. 석양이 내리는 시간,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을 걸어 아마겟돈을 닮은 빨갛게 물든 모래 언덕과 붉은 소용돌이를 품은 오렌지 빛 보름달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나 Mungo는 여행자들에게 쉬이 길을 내주지 않는 곳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처음 들어보는 작은 도시에 도착하여 내 어깨에 닿을 듯이 큰 바퀴가 달린 장갑차 같은 차를 타고 사막을 한참 달려야만 유일한 숙박시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긴 연말휴가가 다가오면 그리운 가족들이 있는 한국에 가고픈 마음이 커져, '다음에 다음에' 하며 Mungo는 마음에만 품어두고 미루어두었다.


4년 후, 호주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했을 때 미뤄두었던 '다음'이 왔다는 걸 알았다. 나는 가장 먼저 Mungo 국립공원 안에 있는 롯지와 Mildura라는 도시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청춘의 대부분을 보낸 호주를 떠나기도 전에 벌써 그리워지는 호주를 마지막으로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어, 시드니에서 Mungo로 가는 길 그 사이를 촘촘하게 채웠다.


여행 시작 전날, 한국 친구가 군대가 생각난다며 못마땅해하는 카키색 백팩, 그와 대조되는 알록달록한 더플백을 가득 채우며 분주한 밤을 보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새벽, 여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의 첫 여행지 퍼스 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향했다.

어느 금요일 저녁 써큘라 키 근처 Bar로 가는 길 만났던 시드니 야경.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