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하나
비워야 길이 보인다
두려움은 나를 쥐고,
놓아야 할 것을
움켜쥐게 했다.
집착은 족쇄가 되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생장에서 출발하고나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오르막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하나의 오르막이 끝나면
또 다른 오르막이 이어졌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목구멍이 타들어갔다.
목 안이 간질간질해지면서
자꾸만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가슴이 터질 듯 헐떡였다.
발바닥은 불에 데인 듯 화끈거렸고,
다리는 점점 감각을 잃어 갔다.
쉬지 않고 몇 시간째 계속 걸었다.
끝이 어딘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뒤돌아본 생장은
이미 아득히 멀어져 있었다.
'내가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을 수 있을까?'
'내가 이 길을 왜 선택했을까?'
처음 걸었을 때의 기대와 흥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두려움만 남았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이 짐까지
내 어깨를 짓눌렸다.
내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이
내가 만들어낸 짐 같았다.
당장 집어던져 버리고 싶을 만큼
어깨에 통증을 유발했다.
‘과연 이 배낭 안에는
정말 꼭 필요한 것만 있을까?’
평소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아서인지
약을 잔뜩 챙겼다.
감기약, 배탈약, 비타민C, 위장약,
칼슘제, 소화제, 오메가-3, 눈 영양제, 진통제...
이 약들만 먹어도
끼니 걱정은 없을 것만 같았다.
아직 안 끝났다...
알코올스왑, 상처연고, 습윤밴드,
인공눈물, 베드버그 퇴치제, 파스...
이러고도 아프면 정말 답이 없다.
거기에다 침낭, 워킹 스틱, 판초우의,
발목 보호대, 무릎 보호대, 카메라까지...
순례길을 걷다 보면 불필요한 물건들을
길에 버리거나 숙소에 기부하곤 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밥통이었다.
'밥통을 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나처럼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이 있듯이
먹는 것이 정말 중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보온 파우치에 넣을 물을 데우기 위해
커피포트를 샀다가,
무거워 버린 순례자도 있었다고 한다.
두려움과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다.
결국 발목을 묶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버리지 못한 집착과 두려움이
돌처럼 굳어,
배낭 속에 들어 있었다.
그 짐은 결국,
내 마음의 무게였고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배낭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오늘밤,
당신의 마음에
별 하나,
놓고 갑니다."
[시안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