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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섭 May 31. 2020

이 정도의 온도로 시즌2를 부탁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온도

응답하라와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신원호 X 이우정 작가라는 열풍이 불 때 필자는 사실 그 신드롬을 체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드라마들을 안 봤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본 것이 초창기의 응답하라 1997, 그러니까 믿고보는 TVN 피디와 작가조합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그 시리즈가 궁금하기도 했고 볼 드라마가 없기도 해서 슬의를 정주행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게 봤다. 본방은 아니지만 VOD로 매번 다 챙겨보는 드라마가 됐다. 부부의 세계와 함께 내 몇 개월을 책임져 준 드라마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가진 매력포인트들을 좀 정리해봤다.


응답하라 1997


1. 보기 편한 드라마

갈등이 넘쳐 나는 부부의 세계나 OCN류 드라마들과 달리 이 드라마는 보기 편하다. 사람들 말처럼 '힐링'드라마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괜찮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렇게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다. 어떤 큰 사건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 얘기 때문인 듯 하다. 물론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자잘한 사건들은 있지만 그걸로 하여금 드라마를 드라마틱하게 포장하지는 않는다. 그냥 직업이 의사인 사람들의 일과가 매 편의 에피소드를 채운다. 때문에 중심 인물이 갈등을 빚는 상황보다(물론 있지만) 많은 등장 인물들을 보는 맛에 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좀 난잡하다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피식피식 웃게 된다. 아마 사람들도 이런 소소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나 싶다.


2. 레트로 감성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하신 분답게 역시 이 드라마에도 복고 감성이 녹아 있다. 99학번 의대 동기들의 대학 시절이 누리끼리한 영상으로 플래시백 되는가 하면 밴드부라는 설정에 맞춰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노래를 부른다. 아로하, 론리 나잇처럼 하나 같이 오래된 곡들이다. 그런데 방송이 끝나고 나면 유튜브의 노래 원곡들과 배우들이 부른 최신 버전이 차트를 점령하고 인기 검색어에 오른다. 이 복고 감성이 시청자들에게 아주 잘 먹히나 보다. 그러나 복고를 콘셉트로 한 예능이나 드라마들이 모두 흥행하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모든 복고가 잘 먹히지는 않을 터. 내 생각엔 진짜 찐친 케미의 친구들, 그러니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발산하는 케미가 있기 때문에 레트로라는 코드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무조건적인 복고가 아니라 여기서는 캐릭터에 정 붙이기에 하는 그런 복고가 흥행 코드인 셈이다.


그 때 그 시절, 레트로 느낌 공식 포스터


3. 우정 같지만 사실 사랑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이 드라마를 이끄는 원동력은 단연 러브라인이라 생각한다. 사실 응답하라 1997이 대놓고 러브라인을 극의 중심으로 내세운 것과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라 생각한다. 결국 '누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이자 엔딩에서 결정내려줘야 하는 부분임은 맞지만, 러브 라인의 농도나 밀도로 볼 때 응답하라 보다는 좀 더 어른 연애스럽다. 때문에 사랑만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일 하면서 거기서 소소하게 사랑 모습도 보여주는 게 잔잔한 재미지 않나 싶다. 사실 초반부부터 그냥 친구들끼리 코믹한 상황 보는 것과 병원 일을 보는 게 재밌어서 굳이 사랑하는 모습이 필요 없다고도 생각했고 또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솔직히 살짝 좀 오글거리는 느낌도 있긴 하지만 아주 나쁘진 않아서, 무엇보다 이것을 좋아하는 다른 시청자가 많다는 점에서 매력 포인트라는 점은 인정한다.


사실 뭐 드라마를 다 보고 감상을 적는 게 좋은 부분에 대해서 곱씹는 것도 있지만 이 점은 아쉽다 하는 것을 토로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몇 자 적어보자면, 병원 환자 가족들과 주인공 의사들과의 스토리와 장면들은 좀 아쉽다. 불필요하게 감동을 자아내려 과도하게 연출된 부분도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가족으로 분한 연기자 분들의 연기가 썩 좋지 않다. 때문에 공감이 잘 안되서 억지 감동코드라고 느껴지는 순간도 많았다. 물론 정말 감동적이었던 에피소드나 연기들도 있었지만. 아무튼 주인공 의사들 못지 않게 이들도 드라마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기에 시즌2로 나온다면 조금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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