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실습(수업실습)을 시작하는 예비 교사와의 만남
수업실습 시작하는 첫날, 다섯 명의 예비 교사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만났다.
간단한 개강식 자리에서 나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인사말로 건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짧은 시구가 앞으로 3주간 이들이 마주할 교실 현장의 철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교실은 눈높이를 낮추고, 깊이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교육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교육활동의 모세혈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풀꽃처럼 관찰하는 자세, 과거에도 그래왔고 사이버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에도 변치 않는 교육 활동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교생선생님들과 별도로 마련한 대화 시간은 MZ 세대 초등교사의 특성을 생각하며 나의 교육철학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우선 교육대학교 진학 이유를 물었다. 첫 대면이라 서먹서먹했는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내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이 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나의 교육대학 진학 이유를 말해줬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화가로서의 꿈을 키워오다가 직업으로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교사로서의 직업을 갖고, 화가는 병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였어요. 당시 담임선생님도 극 사실주의를 표방하는 화가셨어요. 조언 중 교육대학교에 진학을 하면 군사훈련을 약식으로 받고 법으로 정한 교직을 의무복무로 군 생활을 대체해 주는 특전을 안내해 줬어요.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다가 화가의 꿈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고, 충청남도를 벗어나 수도권으로 삶의 근거지를 옮길 수 있는 등의 여러 가지 조건을 종합해서 교대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지금 돌아봐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만족하고 있습니다.”
MZ 세대 초등교사의 현실적 특징
내 얘기 이후 긴장이 약간은 풀렸는지, 교생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교생선생님들의 대답 속에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여름과 겨울 방학, 그리고 비교적 자유로운 복무 환경이 교직을 선택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들이 미술, 윤리, 영어, 국어 교육과를 선택한 이유는 '좋아했던 과목이었기에'라는 명쾌한 자기 분석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연결하는 당당한 태도에서, 나는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엠지 세대의 특성'보다는 초등교육에 임하는 예비 교사들의 진솔한 품성과 자질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교육계 선배로서 열정의 싹을 발견하는 뿌듯함을 느꼈다.
MZ 세대 수업실습생을 위한 교단 여정을 위한 조언
나는 이 당찬 다섯 명에게 수업실습을 하는 3주간의 미션을 제안했다. 각자의 전공을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삼아 교실 현장을 들여다보라는 것이었다. 윤리교육과는 세상을 철학적으로 성찰하며 아이들의 삶을 고민하고, 미술교육과는 색과 형이 조화를 이루듯 다양한 아이들이 어떻게 함께 어울리는지 살피길 바랐다. 국어교육과는 듣고 말하는 기본적인 교육활동의 중요성을, 영어교육과는 단어 속에 숨은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며 다문화 학생들에게 공감하는 수업을 연구해 보도록 했다. 짧은 실습 기간에 이 모든 것을 정립하기는 어렵겠지만, 교사로서 평생 고민해야 할 교육관의 초석을 다지는 소중한 경험이 되기를 소망했다.
MZ 세대 초등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와 학부모의 시각 차이
동시에, 사회와 학부모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엠지 세대 교사'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 깊이 성찰할 것을 당부했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이들의 건강한 태도가 오히려 교직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지만, 사회와 학부모의 시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교사는 ‘제자를 위해 헌신하고 사명감으로 일하는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MZ 세대 교사가 워라밸을 명확히 구분하고 주어진 권한 내에서 자유로운 복무가 자칫, 학부모가 갖고 있는 ‘이상적인 교사상’과 충돌함으로써 갈등을 빚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수평적이고 공감적인 소통 방식을 선호하는 엠지 세대 교사들을 학생 통제를 못하는 나약함으로 생각하는 경향으로 교직 선후배뿐 만 아니라 학부모와의 상담 시 갈등 요소로 부각되기 한다.
MZ 세대 예비 교사를 위한 멘토링
선배로서 위와 같은 비판적 시각을 현명하게 수용하면서도, 이들이 가진 신선한 에너지와 솔직함이 아이들을 위한 열정과 결합된다면, 미래 초등교육의 모습은 더욱 능동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들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교직의 선배로서, 인생의 멘토로서 내 의견을 전달했다. 3주간의 수업실습을 시작하며, 기초와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풀꽃' 시인의 말처럼, 아이들을 자세히, 그리고 오랫동안 관찰하여 그 안에서 교육적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눈높이를 낮춘 나만의 수업 지도안, 나만의 발문 기술, 나만의 교육철학을 만드는 데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인천 교육정책인 '읽걷쓰(읽고, 걷고, 쓰고)' 기반의 '올결세(올바로, 결대로, 세계로)' 교육이 교사와 학생의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교수-학습 설계를 고민해 보길 제안했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수평적인 소통을 하면서도 ‘부드러운 권위’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예비 교사 입장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대단히 어려운 말일 것이다. 학생의 감정을 공감해 주되, 교실의 규칙과 원칙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경계를 세우는 내면 근육 강화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학부모의 민원이나 예측하지 못한 학생들의 돌발행동에 대해서는 담임선생님을 조력자(조언자)로 기대며 긴밀하고 슬기롭게 해결하는 지혜를 구하라고 부탁했다.
‘수업실습을 통해 교사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만나고, 나만의 교육철학을 생각해 보며, 훌륭한 선배교사를 조력자로 만드는 지혜를 구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여 미래의 인천교육을 멋지게 꽃 피워줄 것을 당부했다.’
예비교사와의 대화를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열정’의 트리거가 되다
진지한 표정 속에 담긴 인천 초등 교육의 미래를 보며 문득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나 역시 저들처럼 뜨거운 열정을 품었을까? 이들만큼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다만, 실습을 통해 이상적인 이론과 교실 현실의 간극을 직접 경험하며 나만의 교수 기술을 익혔던 것처럼, 이 젊은 예비 교사들 또한 교직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이 교실 현장에서 적용되는 과정에서 흔들림을 견뎌내는 지혜를 갖길 간절히 바란다. 그들이 마주할 교실이,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공간이 되기를 응원한다.
수업실습을 하는 실습생의 마음으로 나 또한 나의 교단여정에 '열정' 한 스푼을 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