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결코 넘보지 못할 나만의 가치는 무엇인가.
바야흐로 인공지능이 판을 치는 시대가 되고 보니, 내가 원치 않아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 놀라운 변화와 관련하여 미래 사회의 변화를 언급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그 글들 중에 내게 적잖이 위안을 주었던 글은 다음과 같았다.
짧게 요약하자면 AI시대에도 대체되기 힘든 직업 중 하나가 교사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고 나서 속으로 안도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이유로 이 글을 쓴 기자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싶었다.
아마도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을 깊숙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분명히 교사는 단지 인간을 피상적으로 마주하는 여타의 직업군과는 다르게 미성숙한 한 인간의 삶 속에 깊이 관여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한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특히나 교사의 말과 행동은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가끔씩 흉악범들이 잡혔을 때 하던 말 중에 내 뇌리에 남는 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마치 짜고치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이 어렸을 때 교사의 특정한 말 한 마디에 무척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그때부터 삐뚤어졌다고 했었다.
그 말을 교사가 된 뒤에 곱씹어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선연히 소름끼치는 등줄기가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내가 생각지 못하고 내뱉은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에 저토록 강렬한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그래서 늘 아이들에게 말을 할 때 말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교사는 단지 아이들에게 지식적인 측면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과 동행하면서 그들이 올바른 판단과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어떠한가.
더이상 예전처럼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클릭 한 번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손쉽게 도달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들만의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오히려 실제 교실공간보다 가상의 세계에서 더욱 활발히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러 모로 교사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희망은 있다.
학생들이 모든 스마트 기기를 내려놓고 온전히 교사만을 바라보는 수업 시간이야말로 교사가 아이들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 시간만큼은 바빴던 생각과 일을 잠시 내려놓고, 진솔한 아이들의 눈빛을 온전히 마주하면서 아이들에게 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감정을 전해주려고 애를 쓴다.
단지 무엇을 알려주고, 그걸 모른다고 아이들의 기를 죽이기보다는
배움의 즐거움을, 몰라서 괜찮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함께 서로 도와가며 호흡하면서 즐거운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게 교사로서의 역할 아닐까.
그렇다면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어찌보면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역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심리상태나 기분을 잘 살피고, 아이들이 배움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수업을 구성하기 위해선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할 줄 알아야 할 테니까.
아마 인간의 감정을 결코 자연스레 습득할 수 없을 AI로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힘들 지도 모른다.
그러니 적어도 내가 퇴직하기 전까지는 '인간 교사'라는 직업이 유지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