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업무, 행정사무를 처리할 때면 내가 뭘 하는 건가 싶다.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은 앞의 두 가지 뿐만이 아니다.
실로 AI시대를 맞이해서 AI에게 넘기고 싶은 업무가 있다면 바로 이 업무일 것이다!
그건 행정업무처리이다.
누구나 작게 혹은 크게 업무분장사무를 맡아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
교재연구도 하랴, 학생 생활지도도 하랴, 그 사이에 틈틈이 주어진 공문을 접수하고 많은 선생님들께서 아셔야 할 내용이 있으면 공람처리를 한다.
뭔가를 조사해서 제출해야 하는 국회의원 자료요구공문이라면 순식간에 빛보다 빠른 속도로 물어본 내용을 조사해서 내야 한다.
때때로 특정 시기가 되면 추진해야 할 일도 있다.
정말이지 학교를 다니다보면 무슨 무슨 교육 주간과 행사가 왜 이리 많은지.
이런 보여주기식의 행사는 과감히 없애고 싶다는 생각을 가슴 깊숙한 곳에 묻어둔 채, 나는 교사1로써 주어진 업무를 이전의 선생님이 했던 방식대로 묵묵히 처리한다.
아마 이 지점에서는 다른 선생님들도 거의 비슷하실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과감히 업무를 없애자는 제안을 하면 어떻겠냐고 말하지만, 그건 내가 교장선생님이 아닌 이상 말해봐야 갈대밭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치는 것보다 더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다고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재빨리 일을 처리하는 게 제일 빠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리하여, 맡은 일을 뚝딱뚝딱 처리하고 나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훌쩍 다가와있다.
화장실가는 것까지 참아가면서 정신없이 일했는데도 말이다!!!
이쯤 되면 정말 평화로운 교실 안에서 한가로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즐기는 세상 사람들의 상상 속 교사의 모습은 여지없이 상상에 불과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반복된 업무의 자동화와 적당한 창조와 변용, 이 지점에서 나는 AI의 힘을 슬그머니 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남들도 다 쓰는 AI인데, 나라고 못 쓸 거 있나.
기왕 해야 할 업무라면 보다 수월하게 스트레스 덜 받고 하는 게 이득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