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있는 교사는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소위 말해서 승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몰려드는 학교이다.
우리 지역청에서 설정한 선택가산점에 의거, 근무하면 나름의 가산점을 획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학교이니만큼, 다른 학교보다 더 출중한 능력자 선생님들을 가까이에서 뵐 기회가 많다.
그게 내게는 무척 감사한 일이면서 도전적인 일이 되었다.
처음에야 멋모르고 무식하니 용감하다는 옛 속담처럼 신나서 일을 벌일 때쯤, 나는 연구학교 업무의 핵심적인 일을 담당하시면서 외부 강의도 무척 많이 나가시는 선생님의 면면을 살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일부러 그 선생님에 대해서 알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열심히 일하시는 그 분의 모습에 어쩐지 호기심과 궁금증이 스멀스멀 생겼고 어쩐지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롤모델같다는 느낌이 들어 나보다 교직경력은 후배이시지만 선배 포스를 풍기는 그 분은 과연 어떻게 교직생활을 하시는지 궁금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우연찮게 살펴본 그 분의 생활은 그야말로 놀랄 노자였다.
나라면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어도 부족할 것 같은데,
그 분은 학교의 중핵적인 업무를 추진하시면서도 외부강의를 수시로 나가셨으며, 책도 집필하셨고(심지어 그 책들은 요즘같은 종이책 시장 근황 가운데서도 잘 팔렸다!) 여러 교육청 사업도 하고 계셨다!!!
'아니 이런 사기캐같은 분이 계시다니?!'
솔직한 내 심정은 그랬던 것 같다.
무슨 양파처럼 캐도 캐도 또 나오는 그 분의 대단한 활약에 나는 그저 기함을 토하고 말았다...
어쨌거나, 그 분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승부욕(?)이 치솟아올랐다.
여기서 대놓고 말하기 조금 쑥쓰럽긴 하지만, 난 실력은 없을지언정 경쟁심과 승부욕 만큼은 누구 못지 않게 큰, 한마디로 야망이 많은 인간유형이다.
해서 나도 그 분의 자취(?)를 따라 열심히 교육청 사업에도 지원하고 외부의 교육 관련 업체가 추진하는 공모전이나 수업대회에도 도전해보았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조금씩 조금씩 기회가 생기더라.
마치 이걸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뭔가 내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주위가 온통 어두컴컴한 가운데서 발을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날 중심으로 앞의 길이 모세의 바닷길처럼 조금씩 열리는 것 같은 느낌?!
무튼 도전하면(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다시 도전하기를 그치지 않는다면) 그 과정에서 무언가는 얻을 수 있고, 또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회가 생긴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그러고 나니, 비로소 십 몇 년 전에 읽고 속으로 비난(?)했던 모 교수가 쓴 청춘들의 필독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괜한 말은 아니었노라고 혼자 곱씹게 되었다.
도전하면 아플 수 있다.
도전하고 또 했는데도 계속 깨지면, 남 보기에 부끄럽기도 하고 자괴감도 들고,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래도 뭐 어떤가.
도전하는 과정에서 나는 분명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몰랐을 그 무언가를 얻었고,
또 운 좋을 때면 뒷짐지다 쥐를 잡은 소 마냥 좋은 기회도 얻게 되었으니
도전해보는 건 이러나저러나 잃을 것 없는 좋은 시도인 셈이다.
앞으로의 미래 시대는 필시 한 가지 직업이나 일만 하고 살아가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서 교사 말고도 나의 영역을 확장시켜놔야지.
그러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혹 교사를 그만두게 될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그랬던가.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 그 사람은 청춘이라고.
해서 나는 오늘도 청춘이다.